日 기업이 사실상 독점한 FMM 구매에 연 6000억…LG디스플레이, FMM 없는 신기술 개발

세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사실상 일본이 독점해온 핵심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술 전환에 나섰다. 일본산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부품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공정을 통해 패널 성능 개선과 기술 자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FMM(파인메탈마스크)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FMM은 종이보다 얇은 금속판에 머리카락보다 작은 미세한 구멍 수천만개를 뚫어 만든 부품이다. 화가가 스텐실 판을 대고 물감을 뿌리듯 이 구멍을 통해 OLED의 적·녹·청(RGB) 발광 재료를 증착해 화소를 형성한다.
OLED 패널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약 70%의 점유율로 주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대형 OLED TV 패널 판매를 시작한 이후 모니터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대형 OLED 패널 누적 판매량 5000만대를 달성했다. 하지만 OLED 패널 생산의 핵심 부품인 FMM 공급망은 일본 기업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일본산 의존도는 100%에 가깝다.
특히 일본 DNP(다이닛폰프린팅)는 글로벌 FMM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며 독과점에 가까운 지위를 갖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DNP에서 구매하는 FMM 금액만 연간 최소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높은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DNP가 공급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FMM의 원재료 분야에서도 일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FMM의 핵심 소재인 철·니켈 합금 박막 '인바(Invar)'는 일본 프로테리얼(옛 히타치금속)이 주요 공급업체다. FMM을 이용해 발광 재료를 증착하는 장비 시장에서도 일본 캐논 계열사인 캐논토키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캐논토키의 증착기는 대당 1조원(8.6세대 기준)을 훌쩍 넘는다. OLED 생산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전반에 일본 기업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이러한 공급망 구조를 바꾸기 위해 FMM을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OLED 공정 개발에 나섰다. 대표적인 기술이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FLiPP(플립)'이다. 플립은 기존 FMM 대신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RGB 화소를 형성하는 공정이다. 기판 전체에 유기 발광물질을 증착한 뒤 빛을 이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FMM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산 핵심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패널 성능 개선 효과도 크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플립을 활용하면 기존 공정에서 약 42%였던 개구율을 65%까지 높일 수 있다. 개구율은 전체 화소 면적에서 실제 빛을 내는 부분의 비율이다. 발광 면적이 넓어지면서 기존 방식보다 밝기를 최대 1.6배 높이거나 수명을 최대 2.4배 늘릴 수 있다. 소비전력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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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기존 FMM 방식은 금속 마스크의 크기가 커질수록 중앙 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기존 FMM 방식에서는 대형 유리기판을 절단해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반면 플립은 가로 2.2m, 세로 2.5m의 8.5세대 원장을 통째로 활용할 수 있다. 이론상 1인치대 스마트워치부터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까지 단일 공정으로 만들 수 있다. 재료 이용 효율을 40%에서 74%까지 높일 수 있다.
플립의 의미는 기술 자립의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데 있다. 해외에서 수입하던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부품 자체가 필요 없는 새로운 생산 공정을 확보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우선 노트북·모니터 등 IT 제품에 적용을 추진하고, 향후 고객 수요에 맞춰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FMM을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OLED 패터닝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공정이 기존 FMM 방식을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신규 장비 도입에 따른 투자 부담과 양산 수율 확보, 공정 안정화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모든 OLED 생산에 비(非)FMM 방식을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이 양산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당분간 기존 FMM 공정과 병행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