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 대체?…직업의 변화에 대비해야
(상편에 이어서)
AI와 로봇이 기존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데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그러나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이 인간이 하기 어렵거나 기피하는 일에 투입되고, 새로운 직업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변화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까. 교육과 인재 육성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박 대표= 대체되는 일자리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도 생긴다. 우리 플랫폼에서는 이용자들이 가상 세계의 인물과 규칙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월 3000만원을 버는 사례도 있다. AI로 생겨나는 새로운 직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엄 대표= 휴머노이드가 우선적으로 투입될 곳은 지금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제조 현장이다. 당장 모든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라지는 직업도 있을 것이므로 해당 직군에 대한 보호와 전환 정책이 필요하다.
▶한 대표= 자율주행도 비슷하다. 기존 운전기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요가 없어 버스 운행이 중단된 지역이나 운전기사를 구하기 어려운 새벽 시간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늘어나더라도 충전과 정비, 센서 관리 등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남는다. 기존 운수업체와 이런 일을 함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김 대표=장기적으로 일자리 상당 부분이 대체되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엔지니어와 CEO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직원들도 AI 코딩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일자리 감소를 두려워해 기술 발전을 늦추기보다 먼저 기술을 확보해야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도 얻을 수 있다.
"안전규정 없으면 못 들어와"…기술 발전 못 따라가는 규제
규제가 AI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새로운 기술에 적용할 규정 자체가 없어 실증이 막히는 사례도 있었다.
▶박진 교수=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가장 큰 걸림돌로 느끼는 규제나 인프라 문제는 무엇인가.
▶엄 대표= 지난해 한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려 했다. 실증 일정까지 정했는데 안전팀에서 로봇 안전규정을 가져오라고 했다. 협동로봇 안전규정은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안전규정은 없다고 했더니 "그럼 못 들어온다"는 답이 돌아왔다. 규제 샌드박스를 받아도 특정 공장에서만 쓸 수 있다.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대표=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규제를 풀고 법을 바꾸는 데 4~5년이 걸리기도 한다. 엔지니어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라고 하면서 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수십 년 전의 법에 조항만 덧붙이는지 아쉽다.
▶김 대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면 문제를 해결할 전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규제 방식을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더라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풀어야 한다.
▶박 대표= 해외 인재 채용도 고민할 문제다.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 인재를 데려오려면 세금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할 때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정부 역할은…초기 시장 확보 '절실'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산 제품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등을 통해 우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 AI·로봇 시대에 대비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엄 대표= 향후 3년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휴머노이드 산업에 보호와 육성이 필요한 시기다. 국산 부품을 3분의 2 이상 사용한 로봇에 국산 인증을 주고, 이를 도입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로봇기업과 부품기업, 수요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한 대표= 초기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전기차처럼 자율주행차도 보조금을 통해 구매를 늘리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받아들이고 책임과 보험에 관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사고가 한번 나면 망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불안 속에서는 기술 개발이 어렵다.
▶박 대표= 중소기업이 AI로 원가를 낮춰도 원청기업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면 혁신의 이익이 남지 않는다. 100원에 납품하던 제품의 원가를 AI 혁신을 통해 95원에서 85원으로 낮춰도 원청이 납품단가를 90원으로 깎으면 중소기업의 이익은 여전히 5원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이 AX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든다.
▶김 대표=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공장을 실험실처럼 활용하며 데이터를 쌓고 기술을 발전시킨다. 한국도 피지컬 AI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기술 주권과 제조업 경쟁력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시대 청년은?…"유연하게 생각해야"
청년들의 경우 미래 유망 직업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특정 기술이나 분야를 좇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조언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유연한 사고 △자신의 적성 △AI 활용 능력 △차별화된 자산을 각각 강조했다.
▶박 교수=AI 혁신의 시대에 젊은 후배들에게 한가지만 꼭 조언한다면.
▶엄 대표= 생각을 유연하게 하라는 것이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뿐 아니라 진로와 삶의 방향에서도 유연해야 한다. 사고가 경직되면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한 대표= 유행이나 당장의 이익을 좇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인기 있는 학과가 5년 뒤에도 인기 있을지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세상이 바뀌더라도 방향을 틀 수 있다.
▶김 대표= 미래에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AI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AI를 자신의 주 전공처럼 익혀야 한다. 다른 지식과 능력도 AI 활용을 전제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박 대표= 모든 사람이 사업가처럼 자신의 자산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 정보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자신에게 고유한 자산을 쌓아야 한다. 인간관계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박 교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AI를 더 많이 활용하는 시대가 온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의 강점을 갖추고 유연하게 변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조언으로 보이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