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저가 장비를 앞세워 수전해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설계·시공부터 운영·금융까지 역량을 모아 해외 대형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수소 도입과 국내 기업의 기술·설비 공급을 연계하는 '팀코리아' 구상을 제시했다.
김봉균 현대차 에너지&수소MI팀장은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하이드로젠엑스포(WHE) 2026'에서 글로벌 수전해 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해외 수소의 도입에 맞춰서 팀코리아의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김 팀장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국내 산업에 큰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알칼라인 방식 수전해 스택 가격은 중국산이 ㎾(킬로와트)당 350달러, 미국·유럽산이 800달러다. 중국산 가격이 약 56% 낮다. 스택은 물을 분해하는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부품이다.
공급 과잉도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김 팀장은 "중국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수소 프로젝트 지연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다"며 "일부 업체는 원가 이하로 입찰하는 경향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장비 가격과 함께 플랜트 전체의 비용과 효율도 강조됐다. 발표에서 제시된 중국산 알칼라인 사례는 전체 투자비 가운데 수전해 장비 비중이 약 35%였다. 나머지 65%는 설치와 보조설비, 설계·조달·시공(EPC) 등에서 발생했다. 장비가 같아도 설치 지역과 설계·시공의 최적화 수준에 따라 최종 투자비가 달라지는 만큼 이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운영 실적을 쌓는 것도 과제로 꼽혔다. 김 팀장은 국내 사업 규모가 해외 기가와트(GW)급 프로젝트와 차이가 커 국내에서만 충분한 실적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내 기술 개발과 실증을 해외 대형 사업으로 연결하고, 운영·유지보수(O&M)와 서비스·금융을 결합해 사업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현대건설 발표에서는 이러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증·설계 계획이 소개됐다. 현대건설은 현대차·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제주 구좌읍에 5㎿(메가와트)급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하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하는 수전해 스택과 보조설비를 통합하고 열관리·운영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알칼라인과 고분자전해질막(PEM) 방식을 결합하는 실증도 추진한다. 기존 제주 수소 생산시설의 알칼라인 설비에 현대차의 PEM 설비를 추가해 두 방식을 함께 운전하는 구상이다.
김 팀장 역시 알칼라인과 PEM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글로벌 시장의 기술 흐름으로 소개했다. 그는 사업자들이 개별 스택의 성능뿐 아니라 플랜트 전체 효율과 수소 생산단가, 실제 운영 실적을 중심으로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해외 사업을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100㎿급 수전해 플랜트의 기본설계 패키지와 현지 인증·제도 요건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의 생산기지를 활용해 국내에 필요한 수소를 도입하는 사업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김 팀장은 대형 수소 프로젝트의 실행 단계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구속력 있는 장기 구매계약을 꼽았다. 그는 "단순 수전해기 가격이나 효율에 집중하기보다는 통합됐을 때 어떻게 갈 것인지, EPC사나 협력사들의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