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디야 가맹본부가 매일유업에게 받은 판매장려금 수수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2008년 4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인 이디야 본사가 매일유업이 가맹점에 공급하는 우유 가격을 150원 인상하는 걸 수용하는 대신 200원의 판매장려금을 받기로 한 것이 문제가 된 사건이었다.
이 결정이 나온 후 필자는 회사 근처에 있는 이디야 매장에 가봤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어 주변 직장인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곳이다. 커피를 주문한 뒤 매장 점주에게 이디야 본사의 판매장려금 수수행위 무혐의 처분 결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가맹점주는 “가맹점이 우유를 구입할 때마다 본사가 매일유업으로부터 200원씩 판매장려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이곳에서도 매일유업 우유를 쓰느냐는 질문에 가맹점주는 “우유제품은 본사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가격으로 가맹점이 직접 매일유업 대리점에 주문을 한다"며 "만일 다른 유제품 회사에서 더 싼 가격으로 공급을 해도 다른 제품을 쓸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가맹점주의 말대로라면 가맹점에겐 우유에 대해 어떠한 결정권도 없는 셈이다.
그러자 가맹점주는 판매장려금이 궁금하다며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판매장려금이 리베이트와 다른 것이 뭐죠?”
우리는 흔히 ‘판매장려금’ 보다는 ‘리베이트’ 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귀에도 익숙하다. 리베이트라고 하면 대부분 불법행위로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반해 이번 이디야의 경우엔 공정위가 판매장려금이라며 무혐의 결정을 내리니 의아해할 만도 하다.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 사례는 적지 않았다.
의료기관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리베이트 관행이 대표적이다. 2013년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으로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금품을 제공한 제약사와 의료인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됐고 수수액 기준으로 위반횟수에 따라 가중처벌까지 내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45개 공공 의료기관 종합청렴도 조사결과를 보면, 의약품과 의료기기 구매와 관련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경험이 22%로 나타나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방산비리도 끊임없이 불법 리베이트가 이슈로 등장한다. 작년 12월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 등으로 최윤희 전 합참의장과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또한 방송인 클라라와 계약문제로 소란을 빚은 바 있는 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사업에서 납품 대금을 부풀린 후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 재판중이다.
이번 사건과 가장 유사한 케이스는 신용카드 밴 수수료 불법 리베이트이다. 현재 프랜차이즈 본사와 밴사간의 계약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거래건수에 따라 본사가 받는 금품은 불법 리베이트로 간주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는 카드수수료를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며, 지난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대형 신용카드 가맹점의 신용카드와 관련한 금품수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는 원래 가격보다 높은 판매가를 형성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효율적 배분을 이루지 못해 인위적으로 부를 특정인에게 이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반해 일부 판매장려금은 대규모 유통업법(제15조2항)에 의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의 기준이 모호해서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각종 명목으로 판매장려금을 수령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11년 중소업체의 TV홈쇼핑 판매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중소업체의 TV홈쇼핑 평균 수수료(33~37%) 부담과 별개로 평균 10%의 판매장려금 추가 징수는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런 판매장려금의 악용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합법적 범위를 정하기 위해 2013년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에서 판매 장려금 부당성 심사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판매장려금이 해당 상품의 수요를 늘려 판매를 촉진하는 경우, 직매입 거래를 통한 경우, 판매장려금 수수가 양자 모두 이익이 되는 경우, 절차적 타당성을 갖춘 경우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합법적이라고 봤다.
예를 들면, 유통업자가 일정한 판매액을 달성할 경우의 성과장려금, 좋은 자리에 상품을 진열해주는 진열장려금, 직매입한 상품을 반품하지 않을 조건으로 하는 무반품장려금 등이 포함된다.
이디야 사건의 판매장려금 위법성 여부도 위 지침이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이디야 사건을 살펴보면 거래 당사자는 가맹점과 우유대리점이고 본사는 직접 우유를 매입한 것이 아닌데도 판매장려금을 받았다. 또한 매일유업은 우유가격을 150원 인상했으나 200원을 이디야 본사에 판매장려금으로 지급해 우유 1팩당 50원씩 손해 보는 계약을 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과거의 다른 불법 리베이트 사례와는 다르게 이번 사건을 무혐의 처분 결정했다. 그러나 이디야에 대한 결정이 공정위가 2013년에 스스로 만든 지침에 제대로 부합하는지 충분히 납득하기가 어렵다. 불법 리베이트와 합법 판매장려금간의 모호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가 만든 지침과 이번 이디야 판정을 비교해보면서 필자는 솔직히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런 생각이 드는 건 공정위 지침이 모호하기 보다는 공정위의 결정 이유가 모호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