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 상하이 도심 지우광백화점 1층. '시슬리', '라프레리', '샤넬' 등 세계적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 친숙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자리하고 있다.아모레퍼시픽'설화수',LG생활건강'후' 등이다.
평일 낮인데도 매장에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상담받는 소비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설화수 매장에서 만난 쇼우팅씨(31)는 "원래 '에스티로더'를 썼는데 지난해 '설화수'로 갈아탔다"며 "한국 한방화장품이 피부에 좋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지만 직접 써보니 그 매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설화수를 쓴 뒤 피부톤이 밝아지고 탄력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중국 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역시 경기침체로 수입화장품 매출이 주춤하지만 '후', '설화수'는 예외다.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 100대 백화점 1층에 대부분 입점해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랑콤', '에스티로더' 등 중국 VIP 고객을 장악해 온 인기 수입화장품을 제치고 '후' '설화수'가 매출 '빅3'에 동시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다.
'후'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대비 197% 증가했다. 2014년 89개였던 매장이 지난해 124개로 40% 늘었지만 매출이 3배나 증가한 건 마케팅과 영업전략의 승리라는 평가다. 동일 매장에서 '후'와 '오휘'를 함께 판매하던 전략을 과감히 접고 럭셔리 제품인 '후' 영업에 집중한 결과 마니아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설화수'도 지난해 중국 현지 매출이 2배 안팎 증가했다. 매장 수는 2014년 52개에서 73개로 40% 늘었다. 모두 핵심상권에 위치한 최고급 백화점 매장이다. 설화수가 중국에 진출한 지 불과 5년이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반면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는 중국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현지 법인 지사장과 부지사장 등 책임자를 2차례나 교체했다. '에스티로더'도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중국법인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SK-Ⅱ'를 판매하는 P&G는 중국 내 화장품 연구소를 철수, 싱가포르로 조직을 이전했다.
'후'와 '설화수'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중국 백화점 업계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백화점 1층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도 많다.
이태호 LG생활건강 중국법인 마케팅팀장은 "일부 백화점에서 후가 화장품 매출 1위를 차지하자 중국 전역에서 입점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10년 전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매장 100개를 돌파한 LG생활건강은 유통망을 확장할지 여부를 보수적으로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후'보다 5년 늦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설화수'는 올해 40%(30여 개) 매장을 추가로 확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