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소비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업체들이 각기 다른 출점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매장,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중심으로 출점을 계획하고 있고, 홈플러스는 당분간 출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신성장 동력 확보(이마트)' '외형 추격(롯데마트)' '내실(홈플러스)' 등 각사가 처한 현실이 반영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달 서울 양평점을 오픈한데 이어 서초 꽃마을(7월), 한강신도시(9월), 대구 칠성(10월), 경기 양평(11월), 포항 두호(12월) 등 6개점을 올해 오픈할 예정이다. 일부 점포의 경우 지역 상인들과 상생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변수가 있지만 계획대로 출점이 이뤄질 경우 역시 6개 점포를 출점했던 2013년 이후 4년만에 가장 많은 출점을 기록하게 된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경쟁사들이 올해 대형마트 출점을 1곳도 예정하고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미 출점을 했어야 할 곳들이 상생 협의 등이 지연되면서 늦어져 올해 예정 출점 점포들이 늘어났다는 게 롯데마트측 설명이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당분간 창고형할인매장인 이트레이더스에 집중한다. 올해 대형마트를 한곳도 출점하지 않는 대신 김포 풍무, 고양, 군포 등 3곳에 이트레이더스를 오픈한다. 내년 출점 계획도 이트레이더스가 3곳(위례, 목포 남악, 여수 웅천)으로, 대형마트(위례, 의왕 오전) 2곳 보다 많다. 계획대로 출점이 모두 이뤄지면 이트레이더스점은 현재 11개점에서 2018년엔 17개점으로 늘어나게 된다.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에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홈플러스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개점 출점에 그친데 이어 올해는 아예 출점 계획이 없다.
이처럼 각 사의 출점 전략에 차이가 나는 것은 처한 상황에 따른 선결 과제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이미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국 147곳에 대형마트(이트레이더스 제외)를 확보하고 있어 무리하게 출점할 필요가 없다. 대신 고속성장하고 있는 창고형할인매장으로 눈길을 옮긴 것. 지난해 이트레이더스 부문은 전년대비 21.9%의 고성장을 이어갔고, 대형마트 부문은 0.3% 성장에 그쳤다. 이같은 고성장에 힘입어 이트레이더스 부문은 지난해 총매출 1조1957억원을 기록, 2010년 첫 출점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마트는 매년 25%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부문과 함께 이트레이더스를 저성장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엔진으로 삼고 있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수를 더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점포수가 116개로 이마트(147개), 홈플러스(142개)에 비해 적다. 대형마트는 매출 등 외형에서 크게 차이가 날 경우 매입 원가 등 '바잉 파워'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할인매장인 빅마켓이 아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도 롯데마트가 대형마트 중심으로 출점을 하고 있는 배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롯데마트의 빅마켓은 현재 5개점이 있고 수입 상품 등 상품 소싱 역량 등에 있어 이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에 매달리기 보다 대형마트 시장에서 신규 출점과 기존점 리뉴얼을 통한 상품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꾸준히 진행해온 점포 리뉴얼과 상품 경쟁력 강화가 올해 부터는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신규투자 보다는 비용을 줄이고 기존점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언젠가 재매각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만큼 '내실 경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내실 경영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면서 2월 결산 법인인 홈플러스의 2016 회계연도 영업이익도 흑자로 들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각사의 출점 전략에 있어 최대 변수는 역시 출점 규제다. 대통령 선거 이후 출점 규제가 더 강화될 경우 각사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출점 규제를 충족시키려면 점포 신설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생 협의 등이 더 강화되면서 각사의 출점 전략도 전면 수정에 들어가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