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의점은 타이어도 빌려줘? '편의점 왕국' 日도 엄지척

장시복 기자
2020.08.18 14:53

[MT리포트]K-편의점의 무한진화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쇼크에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 취급을 받던 편의점은 무한진화를 통해 건재함으로 과시하고 있다. 육류부터 가전제품까지 판매상품의 다양화, 금융배달 플랫폼으로의 진화, 무인점포 등 신기술 접목 등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다. 코로나19를 뚫은 K-편의점의 힘을 분석해본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 14일 택배가 사라졌다. 사상 처음으로 국내 주요 택배 대기업과 우체국이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하면서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선 택배박스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편의점 택배는 여전히 바쁜 모습이었다. 일반 택배와 달리 소량 편의점 택배는 자체 물류망과 배송 차량을 활용되기 때문에 이날도 멈추지 않고 정상 가동됐다. 편의점 한켠에서 고객들은 맡긴 세탁물을 수거해 갔다.

이제 "편의점 없이 못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88 서울올릭픽' 이듬해 국내에 처음(세븐일레븐) 들어온 편의점은 이제 '안되는 게 없는' 일상 생활 플랫폼이 됐다.

30여 년간 끊임없는 경쟁과 진화를 거듭하면서다. 전국에 깔린 라이프 플랫폼(점포수)이 2018년 4만여점을 훌쩍 넘어 5만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루라도 외출을 한다면 GS25와 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간판 중 하나를 못 보고 지나치기 더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편의점 인간'이 돼간다.

GS25 직원이 세탁특공대 직원에게 고객의 세탁물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GS리테일

편의점은 유행에 민감하다. 요즘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공간이다. '펭수' 등 캐릭터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재빠르다. 매일같이 새로운 프로모션과 신상품, 서비스들이 쏟아진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배송 산업'이 뜨자, 편의점은 즉각 근거리 접근성의 장점을 살려 '걸어다니는 배송 플랫폼'을 생각했다.

이달부터 GS25가 시범적으로 시작한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는 남녀노소 누구나 시간을 내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고, 건당 약 3000원을 받게 된다. 오토바이 등 운송수단 없이 전달 하다보니 친환경적이다.

여기에 편의점 73㎡(22평·평균 면적) 공간에 들어가면 수수료 무료 ATM부터 보험 가입 서비스, 복합기, 심지어 타이어 렌털까지 없는 서비스가 없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조차 'K-편의점'이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다. IT 강국답게 무인 편의점도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최저임금을 비롯해 1~2인 가구, 워라밸 등 온갖 사회적 이슈가 녹아있을 정도로 편의점은 일종의 '대한민국 축소판'이기도 하다.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등 이 공간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이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끄는 이유기도 하다.

한국 편의점의 성장은 강력한 도심 밀집,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문화(치안) 등이 복합적으로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자발적 진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도입 초창기엔 일본식 영업을 모방했지만, 갈수록 우리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초창기 담배·음료·가공식품이 주를 이뤘지만 자체 PB(자체브랜드) 도시락·삼각김밥 개발을 넘어 슈퍼마켓·온라인몰 상품 구색까지 영역을 넓혀 '영역파괴'도 가속화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근거리 편의점에서 장보기 문화 확산으로 과일·야채·정육·소스류 등 슈퍼마켓 장바구니 상품 매출이 급증했다"며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시즌 상품을 중심으로 선풍기 등 소형 가전을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CU는 지난 7월부터 삼성화재와 손잡고 점포 내 택배기기를 통한 비대면 보험 판매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BGF리테일

굳이 카페나 디저트점을 가지 않고도 편의점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전문점 수준의 고품질 제품들도 즐길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편의점은 이미 수준급 도시락으로 "혜자스럽다"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는데, 커피·디저트·치킨 등 자체 기호식품 상품에서도 가성비(가격대비성능)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일각에선 편의점 점포 확장 출혈 경쟁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가맹 본사들이 양적 팽창 보다는 질적 성장과, 편의점주들과의 상생을 더 모색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 편의점 규모는 일본·영국·러시아·미국에 이어 세계 5위권이지만 도입 역사나 국토면적, 인구수, 1인당 국민소득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있는 발전을 했고 지속 성장 가능성도 높다"며 "해외에 비해 다양한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이 'K-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세븐일레븐은 일반 로드상권에서도 보안 걱정없이 안전하게 무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그니처 3.0’ 모델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점’을 지난 7월 오픈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세븐일레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