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오르는게 농민 때문이냐"...분노 커지는 낙농가

지영호 기자
2021.09.13 15:13

[인터뷰]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가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포함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우윳값을 놓고 관련업계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특히 우유가격 인상의 원인을 원유가격 인상으로 지목하는데 대해 낙농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부와 농민 간의 갈등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13일 서울 서초동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세계 8위 정도의 한국 우윳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로 호도되고 있고, 정부는 비싼 이유를 '원유가격 연동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현장의 4900개 낙농가가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가격은 현재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 증감액과 전년도 소비자물가 인상률을 고려해 낙농가와 유업계가 합의해 정한다. 변질 우려가 크고 수급조절이 쉽지 않은 특징을 고려한 가격 정책이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는 낙농진흥회가 내년도 원유가격 2.3% 인상안(리터당 21원 인상된 947원)을 확정하자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가격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는 기존 협상대신 정부와 학계 및 연구단체,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해 가격을 결정하는 기구다. 낙농업계는 생산자 측 위원이 소수에 불과해 결국 정부의 입맛대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 협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원유가격조정협상에서 인상이 확정됐지만 코로나19(COVID-19) 발생에 따라 낙농가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시행시기를 1년 유보해줬다"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동결을 수용했더니 정부가 내년도 가격을 또 다시 동결시키기 위해 후안무치하게 재심을 요구했다"고 올해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가격 인상안을 확정하고도 1년간 동결했는데 지난해 결정마저 부정했다는게 낙농가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낙농가를 우윳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사룟값 인상과 유통마진이라고 못을 박았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원유가격은 리터당 454원 상승한 반면, 우윳값은 1228원 상승했다. 우리나라 우유 유통마진은 38% 수준으로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은 10~20%를 크게 웃돈다. 나머지 낙농가가 가져가는 마진은 35% 안팎, 유업계는 30%에 약간 못미치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비해 원유가격이 높은 반면 우윳값이 낮은것은 유통마진 차이에서 나온다"며 "유통업체는 우유를 '미끼상품화'해 가격후려치기, '덤(증정)판매'에 강요하고 쿼터삭감으로 낙농가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쿼터제는 유업계와 낙농가가 정해진 양만큼 협상 가격을 인정하는 제도다.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실제로는 헐값에 매수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연 10톤의 쿼터를 보유한 농가에서 생산량이 높아져 11톤의 우유를 생산했다면 10톤은 제값을 받지만 1톤은 10분의 1 가격인 리터당 100원 남짓으로 팔아야 한다.

곡물가격 인상으로 사룟값도 오르고 있어 농가의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사룟값은 원유 생산비용의 54%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2015년 리터당 763원이던 생산비는 지난해 809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사료회사-낙농가-유업계-유통업체'로 이어지는 우윳값 유통구조에서 낙농가만을 가격 인상 주범으로 꼽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협회장은 "원유검사 부적합률이 0.02%일 정도로 우리 우유는 세계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며 "하루 10시간이 넘는 낙농가의 노동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우유의 자존감을 더 이상 짓밟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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