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에 부과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주세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면서 주류 업계에선 제도 개편에 다른 득실 계산으로 분주하다. 기본적으로 출고가의 50%에 달하는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제품 출고가를 낮출 유인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출고가 인하가 도매가와 일반 음식점의 판매가를 낮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업계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맥주, 탁주(막걸리) 등 다른 주종처럼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주류 업계와 국산 증류주의 과세표준에 '기준판매비율'을 30~40%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준판매비율은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제품 생산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을 반영한 금액을 과세표준에서 차감해 세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소주는 제조가격에 72%의 주세와 21.6%의 교육세가 붙는다. 출고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도 더해진다. 이를 모두 반영한 출고가격은 현재 360ml 1병당 약 1250원이다. 출고가의 약 50%가 세금인 셈이다.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면 주세 과표가 낮아진다. 소주 1병 원가를 600원이라고 가정하면 기준판매비율 40%를 곱한 240원을 제외한 360원을 과세표준으로 설정하므로 그만큼 세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선 약 40%의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면 기존보다 실제 출고가격이 15% 이상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00원대로 오른 소주 출고가격이 1100원 이하로 다시 내려가는 셈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세부담이 줄어든 한도 내에서 출고가를 낮추기 때문에 영업이익 등 실적이 악화하는 부작용은 없다.
다만 이 같은 출고가 인하 효과가 도매상, 소매점 등을 거쳐 최종 소비자 가격을 하락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마트, 할인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소주는 가격이 소폭 하락하겠지만 음식점 등 비가정용 채널 판매가격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맥주와 소주 출고가 인상 이후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도매가 동결을 선언했지만 일부 도매상들은 출고가 인상 이전 확보한 재고가 소진되자 도매가를 인상했다. 또 출고가 인상을 빌미로 판매가를 올린 음식점들이 가격을 다시 낮추지 않을 경우 주세 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주세 개편으로 수혜를 보게 될 업종은 김창수 위스키, 쓰리쏘사이어티 등 국내에서 위스키 원액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브랜드 위스키는 수입 신고가를 기반으로 세금이 부과된 반면, 국산 위스키는 생산 원가에 판관비 등 각종 비용이 더해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돼 역차별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국산 위스키들이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흥채널 판매 1위 국내 브랜드 위스키인 골든블루는 호주에서 병입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2323억원으로 전년대비 68.9%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배 늘어난 513억원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이번 기존판매비율 적용에 따른 출고가 인하 효과 및 회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준판매비율 적용 효과를 분석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주류 수입사들은 중장기적으로 종량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높은 세금으로 인한 해외직구나 해외여행을 통한 주류 구매는 불필요한 외화 유출로 이어지고 있으며, K위스키나 전통주 등 고품질 국산 주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종가세 취지가 약해졌지만 종량세 필요성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