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다이어트 아냐"…저속노화 실천 위해 당·알코올 줄이는 2030

유예림 기자
2024.10.29 16:35

[MT리포트] '저속노화' 시장이 뜬다②

[편집자주] 달고 짠 '마라탕후루'부터 유튜브 '숏츠' 등 도파민을 좇던 젊은 세대가 달라졌다. 전문적이고 세세한 '건강관리'와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저속노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저속노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유통업계는 원물 재료를 강화한 건강식품부터 제로당, 알콜음료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뷰티업계에선 '슬로에이징' 캠페인이 벌어진다. 떠오르는 '저속 노화' 트렌드와 시장을 조명하고 실제로 가능한지, 과도한 욕구는 아닌지 함께 짚어본다.
식품·유통업계 '저속노화' 제품 사례/그래픽=이지혜

"요즘 젊은 세대는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어떤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높아지는지 셀프 혈당 측정기로 확인하고 다이어트에 활용합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혈당에 맞춰 음식을 조절하기 때문에 당을 낮춘 식품을 계속 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 개발을 위해 혈당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저속노화를 실천하는 여러 방법 중 2030세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건 체중, 혈당에 직결되는 식단 관리다. 따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운동이나 건강 기기 구매에 앞서 식단을 주도적으로 짜고 음식을 고른다.

식품·유통업계도 이러한 트렌드를 적극 공략한다. 제로(Zero) 칼로리·설탕 제품 출시가 가장 활발해 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과거 제로는 일반 제품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식품사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대표 제품인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18년 1634억원에서 지난해 1조2775억원(유로모니터 기준)으로 커졌다.

주류업계도 제로 열풍에 올라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맥주 '테라'의 신제품 '테라 라이트'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는 4.0%, 열량은 100㎖ 기준 25㎉로, 기존 테라보다 모두 낮췄다. 원료, 첨가물에 당류나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맥주 본연의 맛을 살렸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라이트가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1000만병을 넘어서자 초기 생산량을 계획 대비 1.5배 이상 늘리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발효유 등도 혈당 관리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재단장했다. hy는 장수 브랜드 '윌'의 당 함량을 70% 줄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당밸런스'를 출시했다.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는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도 2300㎎ 함유했다. 출시 첫 달 130만개 판매됐고 7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600만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1위 기업 KGC인삼공사는 혈당 관리 전문 브랜드 '지엘프로(GLPro)'를 이달 선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당 조절 기능성'을 인정받은 정관장 홍삼과 혈당 관리에 도움되는 부원료를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견과나 과일, 구황작물을 활용한 원물 간식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 대신 있는 그대로의 원물을 건강하게 즐기려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건강 간식 상품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가량 증가했다. 100% 국내산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 바', '고구마칩' 등이다. 롯데마트·슈퍼는 매출에 맞춰 미국 캘리포니아산 호두 원물을 선별한 '프리미엄 호두 정과', 고구마와 같은 뿌리 작물 카사바로 만든 '카사바 스틱'을 출시했다.

아워홈 마곡 본사에 마련된 캘리스랩 건강 부스존(오른쪽부터 스트레스혈관측정기, 혈압계, 인바디, 영양컨설팅 데스크)./사진제공=아워홈

저속노화 트렌드는 구내식당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식당에서 한끼를 때우는 것을 넘어 맞춤형 식단을 찾는 것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개인별 헬스케어 서비스 '캘리스랩(KALIS lab)'을 선보였다. 구내식당에 준비된 혈당측정기, 혈압계, 인바디 등으로 확인한 건강 상태를 토대로 전문 영양사가 1:1로 영양 컨설팅을 해주고, 맞춤형 건강식을 짜는 방식이다. 혈압·체중 관리, 근육 증진 등 목적에 맞게 전문 셰프가 만든 맞춤형 식사를 먹을 수 있다. 아워홈은 여의도 IFC몰에도 캘리스랩을 열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해당 매장엔 월평균 255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으며 올 3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혈압, 당뇨병을 앓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식단 관리는 단순 다이어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며 "식습관이 저속노화의 출발점인 만큼 첨가물을 줄이면서도 맛있는 식품을 위해 시제품을 평가해 보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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