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장난감 매장에 복면을 쓴 도둑들이 침입해 라부부(LABUBU) 인형 7000달러(약 970만원) 어치를 훔쳐 갔다. 리포니아의 또 다른 창고에서는 3만달러 어치 라부부가 도난당했다. 라부부 인형이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자 절도 사건까지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지난 6월 베이징 국제 경매에선 한정판 라부부 인형이 15만달러(약 2억원)에 낙찰됐다. 품귀 현상에 '짝퉁'도 대량 유통되고 있다. 중국 세관은 부랴부랴 단속에 나섰다.
짝퉁 열풍의 중심에 선 라부부 논란은 단순한 캐릭터 상품 분쟁을 넘어 지식재산권(IP)이 곧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적 맥락을 드러낸다. 특정 브랜드나 캐릭터를 향한 무단 도용과 복제는 라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K뷰티·패션·식품 등 한국의 생활 소비재 전반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위조와 카피의 타깃이 되고 있다.
9일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자산 모니터링 업체 마크비전(MarqVision)에 따르면 올해 1~5월 동안 한국 소비재 위조로 인한 손실 규모는 약 5000억원(3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요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만 225만 건 이상의 한국 패션·뷰티·식품 브랜드 위조 목록이 발견됐다. 이는 마크비전이 싱가포르 쇼피(Shopee)와 알리바바닷컴, 라자다(Lazada), JD닷컴 등 180개국 1500여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지난해 전체 피해 규모는 더욱 컸다. 마크비전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짜 K뷰티와 패션 브랜드로 인한 손실을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도 1조3000억원에서 더 불어난 수치다. K콘텐츠와 K브랜드가 세계적 확산세를 타는 동시에 지식재산권 침해 위험 역시 가속화되고 있단 점을 보여준다.
마뗑킴(Martin Kim)과 같은 K패션 레이블이 올해 모조품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123만건에 달해 이는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경우 일부 모조품은 원본을 모방하기 위해 바코드까지 복사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국내 브랜드 제품의 진위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등 해외 플랫폼에서 판매된 7개 국내 브랜드 20개 제품 가운데 15개가 위조품으로 드러났다. 정품 대비 최대 97%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확인됐다.
최근엔 알리익스프레스 일부 판매자가 쿠팡의 '로켓배송' 로고와 판매 이미지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면서 국내 대형 이커머스의 상표권·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해외 플랫폼에서의 무단 도용 사례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알리·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채널에선 이미 2년 전부터 '짝퉁 K브랜드'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여전히 개선 움직임은 더딘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지식재산권 무단 도용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K콘텐츠의 브랜드 가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단순히 모방 제품이 팔리는 문제를 넘어 정품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는게 더 큰 타격"이라며 "국내외 플랫폼과 협력한 모니터링 강화, 법적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