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을 비롯해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MZ세대 사이에서 감자튀김(감튀)을 함께 먹는 이른바 '감튀모임'이 확산하고 있다. 햄버거 없이 감자튀김만 여러 개를 주문해 테이블 위에 산처럼 쌓아서 먹는 모임이다. 모임의 과정도 단순하다. 감자튀김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흩어진다.
31일 당근마켓 '동네생활' 탭에 따르면 지역별로 수십개의 감튀 모임 공지가 올라왔는데, 이날 기준 참여 인원수가 900명에 육박한 모임도 등장했다. "감튀 같이 먹어요"라는 짧은 글 하나에 댓글이 붙으면서 규모가 커졌고 자기소개가 없어도 '감자튀김' 하나면 만남의 이유가 된다.
이런 유행을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지나칠 리 없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지난 27일 각각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감튀모임'을 환영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롯데리아는 "감튀모임은 롯데리아에서", 맥도날드는 "내가 감튀에게로 간다"라는 문구로 나란히 감튀모임의 인기에 합류했다.
롯데리아는 이벤트까지 준비했다. 다음달 2일 롯데리아 홍대점과 신림점에서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고객이 원하는 소스를 자유롭게 가져올 수 있는 '소스 콜키지 프리'를 진행한다. 소비자들은 "경쟁사 소스를 들고 가도 되느냐" "직원들이 감튀 지옥에 빠지겠다"며 이벤트에 호응했다.
행사 당일 감튀모임을 즐기는 모습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증하면 선착순으로 감자튀김 기프티콘도 준다. 롯데GRS 관계자는 "MZ세대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생기는 감자튀김 모임 유행에 맞춰 롯데리아에서 감자튀김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수제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는 감자튀김 8개 분량과 함께 탄산음료·소스 등을 무제한으로 즐기는 이벤트를 직접 열기도 하는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마다 감튀모임을 자사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감튀모임은 점차 놀이문화로 변주되고 있다. 프랜차이즈별 감자튀김을 비교해 저마다 자체 순위를 매기거나 식감·염도·두께를 기준으로 평가표를 만드는 글도 속속 등장한다.
'개인의 취향' 영역이지만 논쟁은 뜨겁다. 갓 튀겨서 나온 '바삭감튀'와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부드러운 식감의 '눅눅감튀'를 두고 취향이 엇갈리는 식이다. 특색있는 메뉴에 따라 "양념감자를 좋아하면 롯데리아", "케이준 감자튀김을 좋아하면 맘스터치" 등 모임의 장소를 정하기도 한다.
감튀모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햄버거 단품 또는 세트보다 비교적 저렴한 사이드메뉴다 보니 참여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아울러 관계를 오래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도 없다. 동네 커뮤니티 기반의 익명성과 느슨한 연결이 단발적인 모임과 잘 맞아 떨어진다.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몰입감과 산처럼 쌓인 감자튀김을 보면서 느끼는 만족감도 감튀 모임의 인기에 한몫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자극적이거나 즉각적인 재미를 직접 찾아나선다는 이른바 '도파밍(Dopamine+Farming)' 소비 성향이 감자튀김이란 메뉴를 만나 감튀모임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