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페인트 업체들이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줄줄이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인상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오는 6일부터 예정됐던 도료 제품 가격 인상 계획(10~40%)을 전격 철회했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페인트 가격을 동결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KCC 관계자는 "현재 가격 구조상 판매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손실 최소화 방안을 모색하며 가격 정책을 신중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의 선제적 결정 이후 다른 기업들도 인상안을 수정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당초 계획보다 인상폭을 크게 낮췄다. 수성 제품군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고 바닥재와 방수재 인상률도 10% 안팎으로 조정했다.
아울러 원가 비중이 높은 신나류 제품 기존 20~55% 인상을 적용했던 계획보다 약 10%포인트(P)씩 인상폭을 낮췄다.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거래처가 느끼는 부담을 분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노루페인트의 설명이다.
SP삼화(삼화페인트) 역시 주요 제품 가격 인상률을 기존 20%에서 10% 수준으로 절반가량 축소했다. 제품군별로 인상 폭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시장 충격을 줄이고 단기 수익성보다 거래처와의 신뢰 유지를 택했다.
SP삼화 관계자는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원가 부담을 자체 흡수하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운영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페인트 업체들이 가격 조정에 나선 배경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의혹 조사를 꼽는다. 지난달 30일 공정위는 KCC·노루·삼화·강남제비스코·조광 등 페인트업체 5개 본사와 업계 이익단체인 한국페인트·잉크공업협동조합 사무소에 조사관을 보내 가격 인상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등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