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에 열대 밀림이?"...'국산' 바나나 키워내는 스마트팜 [히든카드M]

신안(전남)=하수민 기자
2026.04.05 11:00

전라남도 신안섬바나나사회적협동조합 바나나 산지 르포

[편집자주] 눈만 뜨면 맞닥뜨리는 '의식주'가 산업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차별화된 '라이프(삶과 일상)' 스타일과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관련 기업들도 밀려드는 경쟁의 파고를 넘고 미래 성장을 담보할 '히든카드'를 쥐기 위해 '시그니처' 공간과 상품 등을 쉴 새 없이 내놓고 있다. 머니투데이(M)가 이런 기업들의 드러나지 않은 스토리를 깊숙이 들여다봤다.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면 내 바나나 스마트팜에 바나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 /사진제공=안섬바나나사회적협동조합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면 내 바나나 스마트팜 내부. /사진=하수민 기자

3일 오전 전라남도 목포에서 배로 1시간가량 들어간 신안군 도초면. 잔잔한 바다를 지나 도착한 섬 안쪽에는 예상과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스마트팜 단지에 들어서자 공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초봄의 바깥은 서늘했지만 시설 내부는 후덥지근했다. 문을 여는 순간 습기가 훅 끼쳐왔다. 습도는 90%를 넘었다. 유리와 특수 필름으로 덮인 공간에는 바나나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천장 높이까지 자란 나무마다 바나나 송이가 달려 있었다. 줄기마다 묵직한 열매가 매달려 있었고 넓은 잎이 겹겹이 펼쳐지며 시야를 덮었다. 나무 아래에는 고사리 등 아열대 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서해 섬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현장은 국내 농장이라기보다 열대 지역 재배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작업자가 바나나 수확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롯데마트

이곳 바나나는 '1004섬'으로 불리는 신안의 토양과 해풍 환경에서 자란다. 농장 규모는 약 1만5600평이다. 1만3000주의 바나나가 식재돼 있다. 연간 생산량은 약 580톤 수준이다. 시설은 스마트팜 방식으로 운영된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친환경 재배가 이뤄진다. 묘목은 자체 조직배양을 통해 확보한 우량 개체를 사용한다.

수확은 개화 시점을 기준으로 관리한다. 개화일을 기록한 뒤 약 100일 전후에 수확을 진행한다. 완숙도 90~95% 수준에서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과육은 충분히 비대해지고 껍질은 얇아진다. 수확된 바나나는 완충 패드로 감싸 포장한 뒤 후숙실로 옮겨진다.

후숙은 전용 시설에서 진행한다. 에틸렌 가스를 주입한 뒤 배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온도는 13~14도로 유지한다. 수분 공급도 함께 이뤄진다. 기본 후숙 기간은 약 5일이다. 도매 유통용은 3~4일, 학교 급식용은 5~6일로 납품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작업자들이 바나나 선별·포장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롯데마트.

상품화 작업을 마치면 유통 경로에 따라 나눈다. 도매 물량은 벌크 형태로 포장돼 출하한다. 학교 급식용은 별도 포장 과정을 거친다. 온라인 판매용은 소용량 박스 형태로 구성돼 택배로 배송된다. 유통 방식에 따라 포장 규격과 후숙 정도가 달라진다.

이곳에서 생산된 바나나는 최근 롯데마트를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바나나가 국내 생산 기반으로 유통망에 진입한 것이다. 국산 바나나는 숙성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수입산은 장거리 운송을 고려해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된다. 반면 신안에서는 나무에서 충분히 익힌 뒤 수확한다. 이후 짧은 유통 과정을 거쳐 매장에 입고된다. 수확과 판매 사이 시간이 짧아 신선도가 강점으로 작용한다.

3일 오전 전라남도 목포에서 배로 1시간가량 들어간 신안군 도초면 내 바나나 스마트팜. 사진은 신한솔 롯데마트 MD와 김일수 신안섬바나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이날 수확한 바나나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하수민기자

이 같은 변화는 기후 조건 변화와 맞물려 있다.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한 데 따른 영향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은 2023년 1086.2헥타르에서 지난해 1198.6헥타르로 늘었다. 농가 수도 2726가구에서 3387가구로 증가했다. 전라남도는 전체의 81%를 차지하는 핵심 산지다.

국내에서 바나나 재배가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9년 제주에서 바나나 재배면적은 443헥타르까지 늘었다. 하지만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무역협상 이후 값싼 수입산 바나나 물량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폐농하면서 국산 바나나는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10년 후반부터 신선도와 품질을 앞세워 제주 지역을 비롯해 내륙에서도 바나나 농가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유통업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국산 열대과일' 매출은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1년 16%, 2022년 18% 증가했고 이후에도 10%대 성장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신선도와 차별화된 상품을 찾는 소비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신한솔 롯데마트 과일팀 MD(상품기획자)는 "국산 열대과일은 기후 변화와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향후 국내 시장 성장을 견인할 미래 먹거리"라며 "안정적인 판로 지원과 운영 확대를 통해 시장 규모를 적극적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아열대 과수 재배 동향 /그래픽=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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