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냉장고에 프라이팬 '특가'...구색 갖추기도 힘든 홈플, 협력사도 위기

차현아 기자
2026.07.06 16:00

6일 홈플러스 매장 가보니…신선식품 빠지고 PB상품만 가득
신선식품 협력사 미수금 평균 10.7억...폐기 재고도 상당할듯
중소 협력사들 "정산지연 사태 수개월…대금 우선 정산부터"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매장 내 모습./사진=차현아 기자

#.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대부분의 상품이 홈플러스의 PB(자체 브랜드) 제품 등으로 억지로 채워져 있었다. 우유 같은 신선식품은 찾아볼 수 없었고 계란 코너에는 프라이팬이, 즉석밥 코너에는 농심 신라면 로제 컵라면이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홈플러스 입점 매장 관계자는 "밀린 미수금도 문제지만 (법원이 제시한) 2주 시한 내에 어떻게든 사태가 해결되기만 바랄 뿐"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일 법원이 내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 후 현장의 모습이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오는 20일까지 최소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운영자금(DIP 금융)을 확보해 즉시항고하지 못하면 법원은 파산을 선고하고 본격적인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 홈플러스 파산이 현실화되면 연쇄 도산 우려가 유통업계와 소상공인업계에서 동시에 터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중소 협력사는 4603곳이다. 이들 중 약 47%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한다. 대안 유통망이 없는 협력사는 홈플러스의 파산과 동시에 함께 망하는 구조다.

홈플러스 중소 협력사들의 정산 지연 납품대금 규모/그래픽=김현정

중소 협력사가 받지 못한 납품 대금은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이다. 특히 신선식품 공급 협력사의 미수금은 평균 10억7400만원으로 많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신선식품의 경우 마트에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해 두는 특성 상 밀린 미수금 외에도 사태 이후 즉시 출고하지 못해 폐기한 재고 자산 손실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식품 제조사들 역시 미수금 회수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매장에서 농심, CJ제일제당 등의 제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만큼 이번 회생절차 폐지 결정 전에도 물량 공급이 이어졌다. 농심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미수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파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공급과 근로자 생계 안정 지원책 등을 발표했으나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불황 장기화로 이미 대출 한도가 찼거나 신용·담보가 부족한 상인이 많아 추가 대출 지원보다는 밀린 납품 대금부터 먼저 돌려받도록 돕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홈플러스의 정산 지연 사태가 수개월째 이어지며 관련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의 생존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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