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플랫폼이 바꾼 건자재 경쟁 방식…'디지털 록인'으로 승부

이병권 기자
2026.07.13 15:47
AI·플랫폼으로 고객 잡는 건자재업계/그래픽=김지영

AI(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이 건자재업계의 경쟁 공식을 바꾸고 있다. IT(정보통신)·유통업계에서 먼저 자리 잡은 '디지털 록인(lock-in)' 전략이 도료와 창호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과거엔 제품 경쟁에 몰두했다면 지금은 AI 등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견적·시공 데이터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AI 인캔(In-can) 조색 시스템 'SMART(스마트) 2.0'을 통해 도료 작업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숙련 작업자의 경험과 육안에 의존하던 조색 공정을 AI 기반으로 바꿔 색상 오차를 줄이고 작업 시간을 단축했다. 조색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반복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고 업무 효율도 끌어올린다.

자동차 보수 도장 시장에서는 AI 기반 컬러 솔루션 '칼라나비플러스'를 운영한다. 차량 색상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도료 배합을 제안하는 시스템으로 차종·연식·색상 코드에 맞춘 데이터를 활용한다. 공업사와 대리점은 정확한 색상을 적용할 수 있고 수리 고객들도 일관된 품질의 도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창호사업 부문에서는 온라인 견적 플랫폼 '이맥스 클럽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주거 형태와 시공 범위 등을 입력하면 권역 내 이맥스 클럽 대리점들이 온라인으로 견적을 제시해준다. 창호 교체를 검토하는 초기 단계부터 이용자를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고 견적과 상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CC 대리점 강남플라자에서 KCC SMART 2.0을 활용해서 조색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KCC

건자재업계는 이같은 흐름을 '디지털 록인(lock-in)' 전략과 맞닿아 있는 변화로 해석한다.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대리점·공업사 등이 플랫폼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다시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KCC 홈페이지에서는 누구나 시공 정보를 입력하면 열관류율을 계산할 수 있고 천장재 등의 잔향시간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천 제품을 비교하고 시공 과정 전반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설계 초기 단계부터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건설경기의 침체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신규 수요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만큼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통해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설계·견적·조색 등 사람의 경험이 우선이었던 영역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이유다.

'디지털 록인' 전략은 건자재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LX하우시스는 'CX(고객경험)디자인센터'를 통해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시장 데이터를 제품 개발과 공간 제안에 반영하고 있고 한샘은 3D 설계 프로그램 '인테리어 플래너'를 활용해 견적과 공간 설계·상담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었다.

업계 관계자는 "건자재 제품 간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한 번 잡은 소비자를 계속 붙잡을 요인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며 "이용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전환하고 이를 개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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