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긴급 수혈' 홈플러스, 정상화 가능할까

유엄식 기자, 차현아 기자, 하수민 기자
2026.07.17 07:00

67개 점포 영업 정상화 난망... 회생안 연장 후 전면 영업 재개 어려울 듯
상품 공급 정상화 최우선 과제... 고강도 자구책+MBK 추가 자금 지원 필요

홈플러스 회생 주요 일지/그래픽=윤선정

홈플러스가 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폐지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제기한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가 합의해 법원이 항고 조건으로 제시한 '2000억원 긴급운영자금(DIP) 조달'을 완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16일 MBK는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DIP 2000억원 전액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메리츠 3사(화재·증권·캐피탈)는 이사회를 열어 DIP 2000억원 대출 승인안을 의결했다. 양사 합의는 홈플러스 정상화 테스크포스(TF) 단장인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적극적인 중재와 조정으로 결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회생법원의 허가와 DIP 실행에 필요한 절차, 주요 채권자의 회생계획 동의 등 절차가 마무리되면 긴급운영자금이 홈플러스에 집행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자금 수혈이 완료되면 회생 절차를 이어가면서 후속 구조조정과 잔존 사업부문(본사·대형마트·온라인)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지난 13일 긴급 임시 휴업에 돌입한 67개 점포는 법원의 회생절차 연장 결정이 나면 협력업체와 협의를 거쳐 영업 재개 일정을 수립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일반노동조합은 5월 초 37개 점포 폐점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상품 매입 등 영업 정상화에 활용할 수 있는 운영비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을 이유로 마트 매장 운영을 임시 중단한지 이틀째인 14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입구가 쇼핑 카트로 막혀 있다. 2026.07.14.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파산 위기 한숨 돌렸지만…"회생엔 턱없이 부족"

홈플러스가 극적으로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을 조달하게 되면서 '이번주 중 파산'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하지만 남은 67개 점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DIP 2000억원은 '마중물' 수준이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급여 삭감 등 고강도 자구책과 최대주주 MBK의 추가 자금 지원이 이어져야 회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20일 이전에 DIP 2000억원을 조달하면 회생법원이 지난 3일 선고한 회생계획 폐지 결정에 항고할 수 있다. 법원이 이 청구를 인용하면 오는 9월3일까지 홈플러스 회생안을 이어갈 수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홈플러스에 주어진 시간과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지난 13일 긴급 영업 중단한 67개 점포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자금 여력 상 동시 영업 재개는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대형마트 매장엔 1만여개 상품군(SKU)이 진열된다. 이런 구색을 갖추고 진열된 상품 외에도 적정 재고량을 갖추려면 점포당 30억~4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67개 점포 중 매출이 높은 핵심 점포부터 단계적으로 영업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마저도 직원들의 '희생'이 담보된 시나리오다. 만약 홈플러스에 들어온 2000억원 중 상당액을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으로 지급하면 정상 가동 점포 수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홈플러스 급여 체불액은 330억원대로 파악된다. 지난 6월 말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선 퇴직금 미지급액 649억원을 공익채권으로 분류했다. 인건비로만 약 1000억원이 일시 소진될 수 있단 의미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10만 실업대란 외면! 투기자본 MBK 먹튀 용인 이재명 정부 규탄! 7.15 홈플러스 노동자·상인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7.15.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제조사 상품 공급 정상화 기로..."홈플 물건사주기 운동해야 생존"

만약 직원들이 급여 삭감과 지연 지급 등을 수용해 회사 살리기에 동참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매장에 PB(자체 브랜드) 상품 외에 일반 제조사의 상품이 정상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유제품, 주류, 스낵류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구비해야 고객이 찾아온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자금난으로 상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제조사들은 수개월 전부터 주요 제품 공급을 끊었다. 홈플러스 점포 내 주요 매대가 한동안 식기류, 생수 등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채워졌던 이유다.

제조사들은 물품 공급을 위해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0억원을 수혈해도 기존 미납대금을 모두 상환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자금 공급과 운영사의 지급 보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 식품사 관계자는 "2000억원 DIP 수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납품 재개를 고민할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식품사 관계자도 "아직 미납금이 해결되지 못한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영업 재개 이후에도 당장 홈플러스 납품 계획은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2000억원의 DIP는 최소한의 조치로 그 이상의 지원과 모멘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DIP 2000억원이 들어온다고 반드시 (홈플러스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최소한의 마중물이 온 것"이라며 "전 국민이 나서서 홈플러스 물건을 팔아주자고 운동해야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중소 협력사들의 정산 지연 납품대금 규모/그래픽=김현정
회수율 0.75%' 티메프 악몽…납품 주저하는 배경은

2000억원 규모의 DIP는 회생절차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자금 성격인 만큼 장기간 미정산 상태인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회생절차가 무산될 경우 과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처럼 상거래 채권 회수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회생 전문가들은 2000억원 규모의 DIP를 '충분한 자금'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협력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 역할은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정엽 회생전문 변호사는 "2000억원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0원보다는 무조건 낫다"며 "상거래 채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자금을 회수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 티메프 사태처럼 협력업체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티몬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상거래 채권의 실질 현금 변제율은 0.75%에 그쳤다.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미정산 대금 대부분은 출자전환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실제 현금으로 회수한 금액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기업회생이나 파산 절차에서는 금융권 담보채권이 우선 변제되고 납품대금 등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여서 자산 규모에 따라 협력업체들의 실제 회수율도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특히 홈플러스 협력업체 상당수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업체당 평균 미정산 대금은 7억7400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정산 대금이 5억원 이상인 업체는 40.7%, 10억원 이상인 업체는 24.0%다. 조사 대상 업체의 98.0%는 납품 후 60일 이상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응답해 대금 미정산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매입채무 및 기타지급채무 규모/그래픽=이지혜
파산보단 회생절차 유리...협력업체 금융지원 대금지급대책 필요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용역업체는 약 4600곳에 이른다. 온라인 플랫폼이었던 티메프와 달리 전국 점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만큼 업종이 광범위하다. 식품과 생활용품 납품업체뿐 아니라 물류와 시설관리, 청소·보안 등 여러 협력업체들이 홈플러스와 거래하고 있다.

회생 절차가 상거래 채권자들에게는 파산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바로 파산 절차로 넘어가면 담보권자인 금융권이 우선 변제를 받게 되고 상거래 채권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며 "회생 절차를 통해 담보로 묶이지 않은 자산을 활용해 상거래 채권자들에게 일부라도 변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DIP는 홈플러스 영업을 이어가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협력업체 미정산 대금을 직접 해결하는 자금은 아니다"며 "중소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원자재 구매와 인건비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회생절차와 별도로 협력업체를 위한 금융 지원과 대금 지급 대책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은 기간 MBK의 추가 자금 지원과 M&A(인수합병) 추진 성과 등이 홈플러스 회생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MBK는 "이번 2000억원 DIP 추가 연대보증까지 더하면 김병주 회장과 MBK가 부담하는 재무적 규모는 총 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이는 대부분 지급 보증 형태다. 김 회장이 사재 출연으로 직접 지원한 금액이 400억원이란 점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M&A의 경우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대규모 추가 투자를 감내할 자금력을 갖춘 중국 업체 외에는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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