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당류와 식용유지류에 대해 GMO(유전자변형농산물) 완전표시제 적용일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달 8일 유예기간을 두겠다며 고시한 지 한 달 만에 결정을 번복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식품업계는 원료 조달 구조상 맞출 수 없는 일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전날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고시안의 핵심은 당류·식용유지류에 대한 GMO완전표시제 시행일을 당초 고시했던 내년 12월31일에서 올해 12월31일로 앞당기는 것이다. 예정대로 올해 12월31일에 시행되는 간장류를 포함하면 총 세 종류의 제품에 대해 GMO 완전표시제가 동시 시행되는 것이다. GMO 완전표시제는 식용유 등 최종 가공제품에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GMO를 사용했다면 표시토록 한 제도다.
이는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업자들이 Non-GMO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선택권을 1년씩 미루나. 국민들이 억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행 시기 재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식품업계는 일정이 갑자기 앞당겨진 것에 난감함을 토로한다. 이미 앞서 공표된 일정(내년 12월31일)에 맞춰 원료 조달과 설비 투자 등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곡물 원료는 옥수수가 통상 6개월, 대두는 약 1년 전 구매 계약을 맺는 구조"라며 "이미 체결한 계약을 넉달 만에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Non-GMO 원료는 파종 전 산지와 계약재배로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가 표시 대상을 확대하기 전 최소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달라고 호소해 온 이유다.
업계는 표시 문구를 바꾸는 일 자체도 간단치 않다는 입장이다. 원료별로 구분유통증명서와 수출국 정부발급증명서, 시험성적서를 갖춰 입고부터 출하까지 이력을 관리하는 체계를 모두 새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Non-GMO 원료 조달여건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미국에서 재배되는 대두와 옥수수의 90% 이상이 GM 품종(유전자변형 기술로 만든 작물)이다. 국산 대체도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2025 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 양곡연도 기준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6%, 식량 기준 옥수수 자급률은 4.3%에 그친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Non-GMO 원료에는 프리미엄 가격과 최저 거래물량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보니 구매 규모가 작은 중소·영세업체는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외에 정제식품은 성분 분석만으로 GMO 원료 사용 여부를 가려낼 수 없다는 점도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서류로만 검증이 가능한 만큼 국내 업체는 이력관리 부담을 지는 반면, 동일한 검증 절차를 담보하기 어려운 수입식품은 비교적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표시가 곧 소비자들의 회피로 이어지는 구조를 고려하면 Non-GMO로의 전환에 실패한 국내 제품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수입 완제품이 메울 수 있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려던 정책이 오히려 선택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