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두 달 새 140원가량 내리며 1420원대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식품사를 비롯한 제조업계의 원가 부담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업계에선 최근 환율 변화를 당장 경영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6개월 단위 이상으로 장기 계약을 맺는 구조와 여전히 높은 원부자재 가격 탓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사와 중견·중소 제조업계는 최근 환율 안정을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8.0원 내린 1424.5원에 마감했고 이날 장중에는 1410원대에 거래됐다. 지난 6월8일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17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40원 이상 내린 것이다.
문제는 환율이 안정됐다고 원가 부담이 곧바로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맺어 둔 장기 계약으로 확보한 원부자재가 지금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데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음료와 가공식품 등의 포장재에 사용되는 페트(PET)와 플라스틱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이달 들어 평균 797달러(5일 기준)로 지난해 7월 평균(582.85달러)보다 33.7% 높다. 캔 원료인 알루미늄도 지난해 5월 톤당 2440달러선에서 이달 평균 3253달러선으로 32% 넘게 올랐다.
누적된 원가 부담은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만두·생선구이 등 8개 카테고리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올렸다. 농심은 이달 1일부터 용기면 18개, 스낵 23개, 음료 2개 등 43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다. 풀무원도 오는 13일부터 간식·김치·만두 등 7개 제품군 30개 품목 소비자가격을 평균 6.7% 올린다.
한 음료제조 기업 관계자는 "1400원대 역시 낮은 환율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식품 특성상 환차손익보다 원료 수급을 위한 공급망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료 기업 관계자도 "주요 원자재는 이미 6개월 단위로 수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며 "일주일 단위로 움직이는 환율 변동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제조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종별 계약 구조와 업황이 달라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제지업계는 펄프값이 부담이다. 국제 활엽수 표백화학펄프(SBHK) 가격은 지난 7월 톤당 760달러로 지난해 7월(645달러 수준)보다 20% 넘게 올랐다.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줄어야 예측 가능성이 생겨 향후 계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자재·페인트업계는 PVC와 원료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다 보니 환율이 내리면 수입 단가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환율보다 업황이 더 큰 변수라는 반응이다. 가구업계도 기존 계약 물량과 재고가 남아 있어 연말 이후 신규 매입분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업계는 지금 수준의 흐름이 이어져야 이르면 4분기부터 점진적인 원가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환율 안정은 중소기업 원가 부담을 완화하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계약과 재고를 고려하면 경영 현장에서 체감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단기적인 변동보다 안정적인 환율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