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소각하며 새 주인 찾기의 문턱이 낮아졌지만 실제 인수 움직임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논의가 지연되면서 인수 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점이 투자 판단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MBK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보유하던 홈플러스 보통주 약 240만주가 지난달 14일 전량 무상소각됐다. 해당 지분의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이다. 지난달 2일 법원이 인가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조치가 이행된 것이다.
지난달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지분 구조도 정리됐지만 이것만으로 인수 매력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매자로서는 홈플러스를 얼마에 사느냐 못지않게 인수 이후 어떻게 사업을 정상화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마트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점포 경쟁력 회복 △이커머스와 경쟁 △규제 불확실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인수 이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려고 해도 규제 완화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수익성을 산정하기 어렵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추가 성장 여력을 인수 계획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MBK의 지분 소각으로 '얼마에 사느냐'에 대한 부담은 낮아졌지만 '사서 어떻게 키우느냐'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대형마트의 규제 완화를 논의해 왔지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5건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형마트업계는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점포 기반 배송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롯데마트는 부산에 제타 스마트센터를 짓고 부산 지역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예약배송, 1시간 내외 퀵배송 등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있다.
이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투자와 사업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벽배송만으로는 대형마트의 경쟁력 회복에 한계가 있어 의무휴업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별도 물류센터를 활용하면 영업시간 규제는 어느 정도 우회할 수 있지만, 월 2회 의무휴업은 점포 자체가 문을 닫아야 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월 2회 의무휴업으로 주말 쇼핑 수요가 특정 요일에 몰리면서 주중 매장 운영의 비효율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일평균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일요일 의무휴업이 있는 주의 토요일 매출 지수는 180~200까지 증가하는 반면 주말 직후인 월·화요일에는 고객이 급감한다. 이 때문에 신선식품 폐기와 인건비, 냉난방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져 요일별 운영 효율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의무휴업이 폐지될 경우 주말에 집중된 수요가 다른 요일로 분산되면서 운영 효율이 개선되고 매출이 약 1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인수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워야 하는데 대형마트 규제가 언제, 어떻게 완화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짜기 어렵다"며 "가격 조건이 좋아진 것과 별개로 인수 후 성장 가능성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원매자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