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재개장 2개월 만에 다시 청산(파산) 위기감이 높아졌다. 최근 매출이 재개장 직후 시점의 약 30%까지 급감하면서 어렵게 조달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도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회생의 마지막 기회인 M&A(인수합병) 카드도 점차 힘을 잃는 분위기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연휴 기간 홈플러스 67개 점포 총매출이 일평균 30억원대로 재개장 첫날 매출 109억원 대비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납품 대금 미정산으로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매대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면서 고객의 재방문율이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대금 정산 문제로 추석 대목에 가장 인기 있는 선물세트 확보에 실패했고, 일부 신선식품 외에는 대부분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채워져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재개장 초기엔 정치권에서 '홈플러스 살리기' 운동이 펼쳐도 일시적으로 매출이 평년 수준을 회복했으나 사실상 '반짝 인기'에 그친 셈이다. 최근엔 점포 내 앵커 테넌트(핵심 임대 점포)인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이 철수한 것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초 수혈한 DIP 2000억원도 그동안 밀린 납품 대금과 직원 급여에 일부 충당하면서 영업 정상화에 가장 중요한 상품 신규 공급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매출 부진이 심화하고 자금난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홈플러스는 결국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 7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 중이다. 통상 희망퇴직 신청자에겐 퇴직금과 함께 수 개월 치 급여가 위로금으로 지급되나,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에겐 밀린 월급과 명절 상여금을 일괄 지급하는 조건만 붙었다. 그만큼 회사에 자금 여력이 부족하단 의미다.
마지막 남은 회생 카드인 M&A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는 지난달 인수 후보군을 상대로 투자 안내문(티저레터)을 발송했지만, 구체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대형 유통사들도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강성 노조의 경영 개입, 우발 채무 등 인수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국정감사 이후인 이달 말부터 다시 청산 위기가 고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금처럼 매출 회복이 더디고 납품 대금과 인건비 지출로 적자가 누적되면 언제든 자금난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만약 홈플러스 대형마트 사업 등 잔존사업부의 통매각이 실패하면 점포 분할매각 등을 통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직후 회계법인이 파악한 회사의 계속기업 가치는 2조5059억원, 청산 가치는 3조6816억원으로 청산 가치가 1조원 이상 더 높았다. 사실 원리만 따지면 청산 수순이었지만, 법원은 홈플러스에 소속 2만여명 임직원 대량 해고에 따른 고용 불안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1년 6개월 이상 회생계획 연장 신청을 수용했었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새로운 인수자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달 중순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무상 소각했다. 하지만 누적된 적자와 매출 부진으로 회사의 가치가 급락한 상황이어서 M&A 시장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M&A 실패 시 점포 분할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MBK는 경기 부천 상동점, 대전 둔산점 등 역세권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에 위치한 알짜 점포를 3000억~4000억원대에 부동산 개발사에 팔았다.
과거 킴스클럽마트 매각 사례처럼 30여개 매장씩 분할 매각하거나,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신선식품 신속배송을 위한 물류 거점으로 일부 점포를 매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임직원 고용 승계 조건 등을 제시할 경우 이런 매각 유형도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을 동반한 점포 분할매각은 사실상의 파산 수순이라는 게 회사 노조의 주장이다. 이럴 경우 2만여명 대량 실업이 현실화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금 정국의 뇌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