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수출도 성장사다리가 필요하다

김유경 기자
2017.03.01 04:17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기계생산업체 A사는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해외영업에서 큰 실수를 해서다. 거래상대방이 해외 정부기관이라 믿고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납품기일에 맞춰 제품을 출하했지만 해당 기관이 약속과 달리 수취를 거부하면서 생산비, 운송비, 반송비 등 3년 치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까먹게 됐다.

최근 만난 중소·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수출 길을 개척하며 수출 비중을 확대했다. 하지만 수출 경험이 많은 중견기업도 처음 개척하는 국가에서는 현지 거래정보 부족으로 A사처럼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중견기업이 되기 전인 이노비즈기업의 경우 51.8%가 수출기업이지만 이들의 고민 역시 수출이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글로벌기업이 돼야 하는데 기술혁신을 해줄 고급기술인력 채용이 어렵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최근 벤처캐피탈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도 해외진출에 사활을 건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구상하지 않으면 투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이 어렵기에 이같이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수출에 목을 메고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기업조차 계약서 문제, ‘제살깎기’식 저가 수주경쟁 등의 이유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마침 산업부가 보호무역주의 등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수출마케팅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 안에 투입하겠다고 나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단비가 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해외전시회 및 바이어 미팅’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 고무적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2017년 수출플러스 전환을 위한 총력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올해 예정된 수출상담회와 무역사절단 파견사업 중 67%를 상반기로 앞당길 계획이다. 특히 수출계약 효과가 큰 500여개 해외전시회에 국내 기업 1만2000곳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이 원하는 사업을 골라서 지원받을 수 있는 ‘수출바우처’도 5월부터 본격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목마른 분위기다. 최근 스타트업에는 정부가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성장사다리 사업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차 투자를 받기 쉽지 않은데 성장사다리 사업이 추진되면서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서다.

창업뿐 아니라 수출도 맞춤형 성장사다리가 필요해 보인다. 수출 초기기업에게는 무엇보다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해외전시회 참가, 1대1 미팅 등이 절실하다. 개발도상국 등으로 수출을 하는 경우에는 국가간 수출대금 보증으로 기업의 손실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력으로 수출을 할 수 있는 기업에게는 정보가 아쉽다. 각국의 FTA(자유무역협정) 관련 혜택 등의 정보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관련 업종의 회사들이 저가수주 경쟁을 하는 대신 동반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교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것도 수출기업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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