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공명과 유비, 노무현과 문재인

배성민 부장
2017.05.13 06:56

[배성민의 팔진도(八眞道)]문재인 대통령, 삼고초려로 민심 얻고 읍참마속으로 주변 경계해야

[편집자주] IMF 외환위기 전후 나왔던 ‘20대 80’의 사회에 대한 우려가 ‘1대 99’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자조가 이어진다. 양극화와 빈부격차, 정보왜곡 확대 등을 상징하는 말들이다. 팔할(80%)이 외면하거나 놓치고 있는 진실(眞實)을 함께 찾고자 한다. 감히 삼국지의 진법(팔진도(八陣圖))을 빌어 팔진도(八眞道)라 이름붙여 본다. 팔할이 공유하는 진실을 통해 이르고자 하는 길(道), 그 길에 닿을 수 있을까. 
2011년 '故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전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당시 문재인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현 대통령)/사진=뉴시스

대권 삼국지가 막을 내렸다. 1강 2중, 2강 1중 말도 많았지만 당선자를 포함한 1 ~ 3위 세 후보자가 전투같은 선거전을 치른 것은 분명했다. 지혜의 보고이며 인생살이의 교과서라는 소설 삼국지의 두세 대목을 빌려와 대권 삼국지에 슬며시 겹쳐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을 유비와 공명에 비유해 볼 수도 있겠다.

‘삼국지’는 동양의 정치철학이 담긴 가독성 높은 전쟁.역사소설로 손꼽힌다. 정확히는 진수가 지은 역사서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이 틀을 잡은 소설 삼국지연의(이하 삼국지)가 그렇다는 말이다. 워낙 베스트셀러다 보니 국내에서도 소설가 이문열을 비롯해 박종화, 황석영, 장정일, 김홍신 등 내노라하는 작가들이 손을 댔다.

삼국지는 한나라가 위.촉.오로 나뉘었다 진으로 통합돼 가는 방대한 내용인데 위의 조조, 오의 손권보다 촉나라 유비의 책사인 제갈량(공명)의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의 등장에는 삼고초려(세번 이상 찾아가 간곡히 세상에 나오기를 권함), 수어지교(물고기와 물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한 사이), 바람(동남풍)을 불러내 화공으로 적벽대전 등을 이끈 그의 지략과 무용담 뒤에는 읍참마속(눈물을 머금고 측근의 목을 벤다는 뜻), 칠종칠금(적장을 일곱번 사로잡았다 일곱 번 놓아주어 진심으로 교화시킴) 등 무수한 고사가 딸려있다.

소설 속 공명은 주군의 패배를 막지 못 했다. 실제로 유비는 공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전했고 오나라의 장수 육손의 계략으로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뒤 변방의 성에서 병사한다.

주군의 패배 뒤에 공명의 지략은 돋보인다. 승리에 도취해 있을 육손의 행보를 예측하고 육손이 호기심에 들어갈 만한 곳에 일찍이 팔진도를 쌓아둔 것이 대표적이다. 육손은 팔진도에 들어가 죽을 뻔 했지만 한 노인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노인은 공명의 장인(황승언)이라는게 소설 내용이다. 삼국지에는 공명의 스승과 친형, 동생 등 여러 가족이 등장하지만 부인 얘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적장을 살려주는 장인의 행동은 사실 ‘바깥일에 몰두해 부인을 내팽개친’ 사위(공명)에 대한 소심한 복수가 아닐까.

소설 삼국지에는 역사서(삼국지)의 저자에 관한 구절도 나온다. 역사서는 소설과 달리 위나라 정통론이 자리한다. 한 황실의 후손이라는 유비보다 조조의 위나라와 그뒤를 이은 진나라가 정통이라는 것. 촉의 장수였던 아버지 진식이 공명에 의해 참수되는 아픔을 겪었고 후일 아들 진수가 위나라의 관리가 되었기 때문에 ‘복수심’에 위 중심의 역사서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삼국지의 사실상 주인공격인 공명은 부인 때문에 망했고 삼국지는 공명 때문에 뒤틀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팔진도의 고사와 진수의 아버지 진식에 대해서는 역사서에 전혀 기록이 없는 만큼 허구라는 주장이 대세긴 하다.

단골 패장 공명이 군신으로 신격화된데는 이유가 있다. 전략적 시야로 천하삼분지계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 '내 아들이 어리석으면 대신 왕이 돼라'는 유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들 유선을 죽을 때까지 충정으로 보필했다는 점 등이다.

공명의 죽음 이후 촉은 쇠락했고 결국 패망했다. 공명의 숙적이자 승자인 산 사마의가 죽은 공명에게 쫓긴다지만 그건 소설일 뿐이다. 다시 대권 삼국지로 돌아오면 승자 문재인 대통령 주변으로는 방위비 분담을 윽박지르는 트럼프, 일본의 우경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때문에 틀어진 중국과의 관계, 북핵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은 민생현안 입법과 합의를 위해서라면 상대 정당과 반대하는 국민에 고개숙이고 삼고초려의 정신으로 찾아야 한다. 비리에 연루되고 민심을 거스른다면 대선 공신이라도 과감하게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결단도 필수다.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조기 대선 등 지난해부터 숨가쁜 정치 일정이 이어졌다. 새 대통령이 팔진도를 쌓았지만 적장을 잡지도 못 하고, 군사만 일으키기를 반복했던 공명처럼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그의 임기 첫날 산불이 잦아들고 미세먼지가 씻겨나간 것은 적벽대전의 동남풍 징조일까.

머니투데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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