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2023년 3월 21일 한국석유공사 여수비축기지에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의 원유 200만 배럴이 입고되는 모습. (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2026.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0311492223914_1.jpg)
"설정한 3개 시나리오 모두에서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배럴당 63달러)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1일 발간한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KIEP는 2027년 4분기 시나리오별 배럴당 유가가 △90달러(전쟁의 조기 종전) △117달러(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174달러(에너지 시설 타격)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긍정적으로 봐도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의 유가가 1년 넘게 지속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정유업계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지금 당장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시설과 공급망 회복에 적어도 2~3개월이 필요하다는게 중론이다. 미군이 철수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곧바로 열릴지 그 조차도 낙관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각국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란도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제 수급 불안에 기반한 '고유가 뉴노멀'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원유 가격에는 배럴당 40달러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의 프리미엄 조차 10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역대급 수치다. 한 정유사 임원은 "차라리 이란에 통행료를 내고 원유를 가져오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답답해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원유 확보전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적어도 올 2분기까지는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필리핀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호주 같은 자원 대국 조차 주유소 연료 부족 사태를 겪은 것과도 대비된다.
정부가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글로벌 5위 규모의 정제 능력(하루 336만 배럴)을 갖춘 국내 정유사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실제로 정유4사의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약 58조원으로 국가 수출품목 중 4위였다. 이렇게 입증된 능력으로 길어질 '고유가와 수급난' 국면을 버텨내고, 단기계약 가능 물량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원유 수급난 해소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게 정유사들이다.
하지만 정유업계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역대급 프리미엄이 적용된 유가에 달러당 1500원대에 달한 환율 변수까지 더해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석유제품 수출을 전년 대비 100% 이내로 제한했고, 국내 공급 물량에는 최고가격제까지 적용하고 있다. 결국 진퇴양난에 빠진 정유사들이 원유 수급량과 석유제품 공급량을 모두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사태 초기에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이 물가상승과 원유수급난을 해소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뉴노멀이 된 고유가 환경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정유사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확보, 원활한 석유제품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