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기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표현은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의 이야기이다. 기존 방식을 아무리 개선해도 혁신적인 단계엔 도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안이 통과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국제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축, 세계 부의 지도를 바꾸는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진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금융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이 시점에 미국 경제전략이나 통화패권, 기존 시스템이나 세계 경제체제의 변화에 대한 설왕설래가 난무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차의 연결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진정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우리나라가 주목할 것은 단순한 기술도입이 아닌 세계 경제, 미래 부의 재편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없는 전략적 도구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를 소홀히 한다면 디지털금융 시대에 우리가 세계 경제의 주변부로 밀려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단순한 결제수단을 넘어 자본의 이동, 신뢰의 구조, 심지어 국가간 경제적 역학, 개인들의 생활까지 바꿀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녔다.
쉽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과 제도가 이러한 빠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아야 한다. 미국과 유럽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통해 사실상의 표준을 만들고 있는 만큼 한국도 더욱 빠르고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강력하되 유연한 규제구조를 구축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법은 규제 측면이 아닌 울타리 내에서 우리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틀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관리와 실시간 감시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은 당연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공개적 검증이 가능한 구조를 도입해 투명성이 증명되고 동시에 해킹, 자금세탁, 시세조작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뒷받침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세계 시장에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지키는 전략적 과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려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 전체적인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결제, 송금, 투자, 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연계가 활성화돼야 하며 기업의 무역이나 개인의 국제송금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할 때 그 가치가 증명될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공공부문 결제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스테이블코인 접목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시고 관공서에서 사용토록 해서 우리의 한글이 이렇게 500년 넘게 남아 있다는 예를 모 대담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에 정부의 역할, 민간에서 활성화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를 시작으로 국제적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동북아 디지털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주저하고 망설인다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타국 화폐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금융의 미래를 바꾸는 도구이자 새로운 부의 창출수단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동의한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 흐름에 편승을 넘어 주도하지 못하면 디지털경제 시대에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방어를 넘어 주도적인 자세로 법을 잘 만들고 기술을 견고히 하며 생태계를 풍부하게 가꾸는 모든 것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혁신(革新)은 가죽을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가죽에서 시작됐지만 전혀 새로운 창조물이 된다는 뜻이다. 이번 기회가 국가적 혁신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