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월 15일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이 개정돼 이른바 '토큰증권(Security Token)' 발행과 유통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증권이 토큰화해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에서 관리되는 새로운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시장 역시 거래소와 같이 대규모 시장은 물론 소규모 토큰증권이 거래되는 장외 유통플랫폼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BCG는 2030년까지 전세계 GDP의 10%에 달하는 약 16조 달러 규모 자산이 토큰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미 지난 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기술을 연계하는 테스트베드실험을 마쳤다.
투자자 입장에서 토큰증권은 분명 매력적이다. 실물자산(부동산, 미술품)은 물론 그간 접근이 제한됐던 지적재산권(IP), 벤처펀드, 콘텐츠 수익권을 유동성 있는 토큰의 형태로 변환해 '조각투자'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자산을 결합한 대체자산으로서 투자자의 선택의 폭이 획기적으로 넓어진다. 게다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토큰화'라는 혁신 이면에는 종래에 예상하지 못한 고유한 위험이 내재돼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시의무가 부과되므로 일차적인 보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이 미처 상정하지 못한 기술적·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자산설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 기초자산이 단일자산인 경우는 물론, 다양한 자산과 통화를 결합한 복합상품 설계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자산간의 결제기간 차이로 예상치 못한 정산지연이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 부동산과 국내 콘텐츠수익권을 묶는 복합상품이라면 종래 예상하지 못했던 복합 투자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객관적인 가치 평가와 정보비대칭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주식과 같은 전통적 금융투자상품은 애널리스트의 분석리포트가 풍부하고, 금융자문인 등의 자문을 받아 투자판단할 수 있으나 비정형자산인 벤처펀드, 지적재산권(IP), 미술품, 콘텐츠 수익권은 객관적인 가치평가모델이 많이 부족하다. 즉 투자자가 광고나 마켓팅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토큰증권협의체'를 구성해 인프라 구축과 투자자보호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증권회사들도 블록체인 기술업체와 협력해 수탁(custody)과 발행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 신뢰가 혁신의 속도를 결정한다. 토큰화는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운영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암호화, 인증, 접근 통제 등 분산장부 관리상의 보안사고가 투자자의 자산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결국 토큰증권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혁신적인 자산을 토큰화하느냐가 아니라, 투자자가 얼마나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