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미국 반도체 판매법인 매출 합계가 117조9721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2023년보다 3.3배 늘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수출액이 중국 수출액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매출이 기존 중국 중심에서 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라는 지정학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두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 지형도와 국제정세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 것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총수출 7097억 달러의 1/4을 차지했다. 2025년 실질 GDP 성장률 1% 중 IT제조(반도체 중심) 부문의 기여가 0.6%p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대략 40%에 육박한다. 두 기업이 이끈 반도체 랠리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록적 수익률(연 18.82%)을 뒷받침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 '슈퍼모멘텀'을 어떻게 이어가느냐다.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52조7000억원에서 올해 60조~65조원대로 설비투자규모를 늘린다. SK하이닉스 역시 약 30조원에서 약 35조~40조원으로 확대해 HBM3E·HBM4 생산을 가속화한다.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뛰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수출, 성장률, 코스피지수, 국민연금 수익률 등은 정부의 성공과 직결되는 지표다. 전력 인프라 구축과 용수공급에 속도를 내고, 주52시간 근무 등 족쇄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