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숙련 노동자가 쌓은 노하우(암묵지)를 AI(인공지능) 학습데이터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노동계가 반발한다. 정부는 제조 명장의 경험과 직관, 판단이 녹아든 암묵지를 활용하는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개발 사업'을 통해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제조업 혁신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업이 고숙련 노동자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인구 고령화와 고숙련 인력 은퇴로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 현장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노동계가 무조건 반대할 상황만은 아니다. 제조 현장에 청년 노동자 유입이 끊기고 위험·고난도 공정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기업이 문을 닫아 기술이 그대로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과 함께 기술이 사라지는 상황을 막고 미래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화가 좋은 대안이다. 이미 일본에서 베테랑 노동자의 위험 판단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산업재해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이 등장하는 등 암묵지 AI 모델 개발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암묵지가 온전히 노동자 개인에게 전속된 것도 아니다. 기술은 국가 교육 시스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의 도움으로 축적된다. 핵심 기술이나 전략 기술의 해외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도 지식이 '국가적·사회적 공공재'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확보한 기술을 사회적으로 계승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정부가 단순히 공공성을 명분으로 데이터를 일방 수집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보상 기준과 AI 모델 활용 수익 배분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다.
중세 유럽에서 상인·수공업자들이 결성한 길드는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기술 전수를 제한해 혁신을 가로막았다. 노동계가 암묵지의 사적 소유권만을 강조하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면 이는 '현대판 길드주의'에 매몰돼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