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회복의 중심에는 수출과 투자가 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5.1%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늘며 4.8%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도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3.9% 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전통적 회복 경로인 '수출 증가—제조업 생산 확대—설비투자 회복'의 고리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은 중요하다. 반도체는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다. 기업 이익, 투자, 고용, 세수,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수출 반등은 이러한 수요 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다만 1분기 성장률이 좋았다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냉정하게 점검할 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이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1.92%에서 2026년 1.71%, 2027년 1.5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도 2025~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기준 시나리오에서 1.5% 수준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GDP 반등을 안주의 근거가 아니라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첫째,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은 반갑지만 특정 산업과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장 구조는 위험하다. 인공지능, 바이오, 방산, 로봇, 에너지 전환, K-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축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인력, 전력, 용수, 데이터, 규제, 금융을 함께 정비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재정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경기 회복기에 적극적 재정정책은 필요하지만 모든 지출을 늘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연구개발, 인공지능 인프라, 직업훈련, 돌봄, 교육, 에너지 전환처럼 미래 생산성을 높이는 지출은 확대하고, 성과가 낮고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사업은 정리해야 한다. 재정의 역할은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전략적 배분이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 중 하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여성, 청년, 고령층, 외국인 인력이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제도와 교육훈련 체계를 바꿔야 한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전직 지원과 평생학습도 강화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사람을 버리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과 자원을 더 생산적인 곳으로 옮기는 정책이어야 한다.
올해 1분기 GDP 성장은 좋은 출발이다. 수출이 살아났고, 설비투자가 반등했으며, 소비와 건설도 개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1%대 잠재성장률에 갇히지 않으려면 지금의 회복세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반등은 반가운 신호지만, 그 자체가 해답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률 숫자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그 반등을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로 바꾸는 정책적 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