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는 보조금 전쟁, 한국판 IRA 시급

[사설]세계는 보조금 전쟁, 한국판 IRA 시급

머니투데이
2026.05.13 02:00
[서울=뉴시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충북 진천 한화 큐셀 진천 공장에서 열린 '국내 태양광셀 제조업계 및 지자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예산처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서울=뉴시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충북 진천 한화 큐셀 진천 공장에서 열린 '국내 태양광셀 제조업계 및 지자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예산처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자국 우선주의와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 등 전 세계가 총성 없는 '보조금 전쟁'에 한창이다. 자국 산업을 육성·보호하고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보를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12일 국회 '한국판 IRA' 토론회에서는 세액공제에 치우친 국내 제도를 글로벌 흐름에 맞게 직접 현금을 주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로 태양광·배터리 등 전략 품목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에 비례해 지원한다. 일본도 '전략분야 국내생산 촉진세제'로 반도체·전기차·그린스틸 등에서 생산·판매량과 연동된 장기 인센티브를 설계했다. 반면 한국은 설비투자비에 대한 일회성 세액공제에 머물러 있다. 공장이 실제로 돌아가는 동안 운영비 부담을 덜어 주는 생산연동형 세제는 사실상 없다.

이로 인한 차이는 태양광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 IRA는 셀·모듈·웨이퍼·폴리실리콘 등 밸류체인 전 단계에 세액공제를 부여해 국내 생산을 유도한다. 중국은 막대한 지원과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했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폴리실리콘 산업이 붕괴 직전에 몰렸고, 셀과 모듈마저 존폐 기로에 섰다. 배터리와 전기차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안방을 내주고 보조금을 좇아 북미 등 해외로 나가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금의 세액공제 체계는 기업이 법인세를 낼 만큼 이익을 내야 혜택을 체감할 수 있게 짜여 있다. 그러나 태양광·배터리·전기차 같은 미래 산업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적자 구간이 길다. 중소·중견기업은 세액공제가 장부에만 쌓일 뿐 정작 필요할 때는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유동성이 고갈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판 IRA형 생산세액공제'다. 이를 통해 산업주권은 물론 일자리와 지역경제, 공급망 안보까지 지켜내야 한다.

미국 IRA는 세액공제를 현금처럼 쓰게 하는 직접환급과 세액공제 권리를 팔 수 있는 세액공제 양도로 기업의 운신 폭을 넓혀 놓았다. 토론회에서도 생산세액공제 신설, 직접환급 특례, 세액공제 양도, 이월공제 연장을 묶는 '조세특례제한법 원스톱 패키지 입법'이 제안됐다. 정부와 여야가 합심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법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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