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날씨를 넘어, 산업과 삶을 바꾸는 기상기후데이터

이미선 기상청장
2026.08.12 05:25
이미선 기상청장. /사진제공=기상청.

기상기후데이터의 활용 측면에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보자. 과거 기상정보는 '오늘 우산이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단순 일회성 소비에 그쳤다. 그러나 기상정보의 활용 가치 향상과 사회 각 분야에서의 이용 활성화, AI(인공지능)와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상기후데이터는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재활용되는 정보로 진화했다.

기상정보는 배달·물류 플랫폼, 스마트쉼터 냉난방, 실외 광고판 등 생활·편의시설을 좌우하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됐다. 폭염 속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 스마트쉼터, 건물의 냉방 자동 조절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기상청이 날씨를 알려준다'가 아니라 '기상기후데이터가 세상 곳곳에서 일한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기상청이 지난해 공공데이터 개방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 기상정보 API 이용 건수가 50억건을 돌파했다. 공공기관, 기업, 개인 등 사용자 유형도 다양하다. 레고 블록처럼 같은 데이터를 각자의 방식으로 융합해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활용 분야가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광업 분야의 4분기 API 이용 건수(1억1506만건)는 1분기(785만건)보다 13.7배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태양광·풍력 발전 출력 예측에 기상기후데이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재난 대응 분야의 이용도 같은 기간 2.5배 증가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 최전선에서 기상정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기상청은 행정안전부 주관 공공데이터 제공 평가에서 8년 연속 우수 이상 등급을 유지해 신뢰성을 입증했다. 올해 3월 개정된 기상법은 기상기후데이터의 통합 관리와 제공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핵심은 공급자 중심의 데이터 제공에서 벗어나 실제 수요와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기상청은 실태조사를 통해 공공·민간 현장에서 어떤 데이터가 어떤 형태로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데이터 기반 행정에 따라 API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상기후데이터를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플랫폼 운영 근거도 마련했다. 단 신뢰 기반 데이터 생태계를 위한 최소한의 약속으로 출처 표시는 요구된다. 잘못된 기상정보가 유통될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교훈에서 비롯됐다.

오늘 하루 우리의 일상은 기상정보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을까. 50억건의 기상정보 API 이용 건수가 그 대답을 대신한다. 앞으로 AI 전환(AX), 데이터 융합,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의 결합이 가속화되면서 기상기후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혹시 아는가. 지금 이 순간 기상기후데이터를 레고 블록처럼 다루는 학생들이 훗날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 낼지. 기상청은 기상정보가 민들레 홀씨처럼 더 멀리, 더 넓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기상기후데이터의 가치를 더욱 키워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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