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섣부른 부양책이 서학개미 재이탈 불러

머니투데이
2026.08.12 04:00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다시 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매는 지난 4월(-4억6890만 달러)과 5월(-9억3980만 달러) 순매도를 보이다가 6월 들어 6억3300만 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 7월에는 46억4240만 달러로 순매수 규모가 불어났다. 이달 들어서도 7억 달러 넘게 순매수 중이다.

미국 증시가 꾸준히 오르며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증시의 신뢰도가 추락해 투자자들의 발길을 해외로 재촉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극심한 널뛰기 장세로 '국내 주식은 장기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뼈아픈 것은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부양책들이 되레 시장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증시 과열 국면에서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들 수 있다. 서학개미를 유턴시킨다는 의도였지만 국장 투자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한국 역시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라는 칼럼에서 한국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지목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증시를 도박판에 빗대며 레버리지 상품이 주가 급등락을 증폭시킨다고 했다.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며 내놓은 정책도 부작용이 뒤따랐다.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미루면서 상반기 국내 IPO 공모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48.7% 감소했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취지가 오히려 소액주주가 투자할 우량기업 공급을 줄인 것이다.

더욱이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몬 당국의 논리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급증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안정세다. 원화 약세를 해소하기 위해 서학개미의 국장 복귀를 유도해온 정책이 지나치게 단순한 처방은 아니었는지 되짚어볼 대목이다.

섣부른 부양책과 규제는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자자와 기업을 밀어낸다. 우리 증시에 필요한 것은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미봉책이나 발행시장을 마비시키는 과도한 빗장이 아니다. 서학개미를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믿음을 주는 것이다. 장기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인위적인 증시 부양을 자제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2026.07.29.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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