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발생주식의 1% 미만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797만명, SK하이닉스는 346만명으로 두 회사를 합치면 1140만명이 넘는다. 따라서 이 두 기업의 주가와 주주환원 정책은 일부 대주주나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들 자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되었다. 최근 두 기업의 주가는 전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AI 산업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점도 있지만, 막대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영향이 있다.
이론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은 경영진이 미래 현금흐름에 자신 있을 때 자본시장에 보내는 신호이다. 또한,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사업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을 불필요하게 현금으로 보유하는 대신 주주에게 돌려줌으로써 대리인 비용을 낮추는 장치이기도 하다.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낮은 경우 자사주를 매입하여 소각하면 지분가치와 주당이익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를 희생시키면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회성 자사주 매입보다 '원칙 있는 주주환원'이 필요하다.
미국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은 주주 친화적이고 명확하다. 샌디스크는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 100%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동시에, 자사주 매입 잔여한도도 155억달러로 확대했다. 향후 반도체 업황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가 변경될 수도 있지만 성장을 위한 투자는 충실하게 하되 과도한 현금은 쌓아두지 않고 모두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주주환원 하겠다고 19일 발표했다. 이는 기존 3개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 범위 내'에서 확대한 것이다. 동시에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2024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인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되 호황기 초과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에 대한 발표를 미루면서 장중 상승했던 주가가 장 마감 직후 하락하기도 하였다.
자본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상장기업들은 자본배분 원칙과 주주환원 정책을 주주들이 예측가능하고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총주주수익률(TSR) 목표와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업황 악화 시 조정 조건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주환원은 기업의 곳간을 비워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우라는 요구가 아니라 자본을 가장 생산적인 곳에 배분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라는 의미다. 그 원칙이 정착될 때 한국 자본시장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