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가 인류에게 던진 치명적 경고[청계광장/권세호]

권세호 한국·미국공인회계사
2026.09.10 02:00

온실가스 배출 안하는 네팔이 큰 피해
미국·중국 등 탄소 주범들은 책임 회피
기후위기 대응은 미래 손실 줄이는 투자

히말라야가 인류에게 치명적 경고를 보내고 있다. 최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대를 덮친 대홍수와 산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고산지대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한 복합 기후재난이다. 히말라야의 대홍수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재난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존하는 재앙임을 엄중히 고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이번 대홍수로 현지 주민들은 물론, 현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들마저 고립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소식이다. 흙더미와 폐허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우리 국민들과 현지 이웃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하루빨리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전 국민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이번 재난의 현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주체와 그 피해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주체가 철저히 불일치한다는 점이다. 네팔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점유율은 0.05%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국가는 지난 150여 년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경제성장과 부를 축적했고, 이제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대국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의 최전선에서 목숨을 잃고 터전을 빼앗기는 이들은 네팔과 같은 기후 취약국들이다.

이것이 바로 기후불평등의 현주소이자, 국제사회가 정면으로 직시해야 할 기후정의의 문제다. "기후변화를 만든 책임은 극히 작은데, 왜 무고한 생명과 복구 비용은 우리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가." 피해국들의 이 정당한 물음에 국제사회는 여전히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는 국제사회의 기후 공조에 치명적인 균열을 냈다. 세계 최대의 역사적 탄소 배출국이자 경제 대국인 미국이 기후 리더십을 버리고 책임을 회피한 것은, 기후 취약국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엄중한 행태다. 기후 리더의 부재는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 조성 등 국제사회의 재정적 동력을 약화시키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를 후퇴시키는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한가한 환경 이슈가 아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의 관점에서 볼 때, 기후변화 대응(Goal 13)의 실패는 빈곤퇴치(Goal 1), 기아종식(Goal 2), 깨끗한 물(Goal 6), 생태계 보전(Goal 15) 등 인류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 전체를 흔드는 연쇄적 위기를 불러온다.

그렇다면 기업과 시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과 재무적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리스크 관리 수단이다. E(환경)는 자체 사업장의 감축을 넘어 공급망 전반(Scope 3)의 배출량까지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S(사회)는 노동과 인권을 넘어 기후재난에 취약한 공급망과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책임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G(지배구조)는 기후재난이 불러올 자산 가치 하락과 사업 중단 위험을 이사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여전히 실질적 감축 노력 없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의존하는 기업은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이 거대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은 기후기금 기여를 넘어 탄소 감축을 고부가가치 산업경쟁력으로 전환하고, 기후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정부 정책 또한 실질적인 탄소 감축량과 기후위기 대응을 투명한 성과 지표로 검증받아야 한다. 아울러 국내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관점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극한 기후가 일상화된 시대에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 삼아 도로, 철도, 공항 등 국가 인프라를 설계하는 것은 재앙을 부르는 일이다. 수십 년을 버텨야 할 SOC라면 50년, 100년후의 기후 시나리오까지 반영해야 한다. 개별 시설의 안전을 넘어, 국가 전체의 물류 및 에너지망이 재난 속에서도 중단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히말라야의 눈물은 멀리 떨어진 이웃 나라의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 네팔의 흙더미 속에서 무너진 인프라와 위협받는 생명은, 내일 우리 삶의 터전이 직면할 수 있는 참혹한 미래의 예고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미래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필수적 투자이자, 우리 경제와 인류의 생존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히말라야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권세호 한국·미국공인회계사(기술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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