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사망자 36만3389명 가운데 2만2524명의 유족에게 상속세가 부과됐다. 2010년까지만 해도 상속세 과세 대상은 1%에 그쳤지만 이제 6.2%로 확대됐다. '1%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상속세가 자산가치 상승과 맞물려 중산층의 세금으로 굳어졌음을 보여준다.
상속세 부담이 커진 것은 일괄공제 제도 기준이 1997년 도입 당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직전 평당 660만여원으로, 34평(공급 기준)형의 경우 2억원대에 머물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들어 평균 16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급등했다. 하지만 상속세 기준이 유지된 탓에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 벌어 마련한 집 한 채조차 온전히 자녀에게 물려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시가 16억원짜리 서울 강북의 아파트 소유자가 배우자 없이 사망했을 때 자녀들은 상속세 2억6772만원을 내야 한다. 충분한 현금이 없고 대출을 받을 능력도 없다면 집을 강제로 처분하고 생활 터전을 떠나야 한다.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자산 손실이 발생하고, 여기에 양도소득세 등 다른 세금까지 더해져 가계는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게 된다. 단순한 경제적인 부담을 넘어선다. 주거 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다.
상속세 개편은 이재명 대통령조차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돈이 없으면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데 너무 잔인하다"며 필요성을 언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여전히 중산층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민생 문제가 아닌 '부자 감세'라는 이념적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제도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사회적 폐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상속세가 중산층에까지 위협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면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정부와 국회는 자산 가격 상승과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해 상속공제 한도를 현실화하는 방안부터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 나아가 상속재산 전체에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을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