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일본이 '국가정보국'을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이는 단순한 정부 조직 신설이 아니라, 전후 일본의 정보체계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의미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정보활동 역량이 강한 국가였다. 메이지 시대 이후 군사·외교 분야에서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축적했고, 중일·러일·태평양전쟁을 거치면서 정보요원 양성, 암호 연구, 첩보 활동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패전 이후 미군정과 평화헌법 체제 속에서 일본은 제국주의를 지원했던 정보기관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됐다. 정보활동은 경찰청, 외무성, 방위성, 공안조사청 등 개별 부처에 분산된 채로 총리 산하에 소규모 분석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만 운영해 왔다. 국가 차원의 전략 정보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냉전기에는 미국의 정보력에 의존했다. 테러·북한·중국 문제 등 복합적 안보 위협이 대두된 이후에는 통합적 정보 분석과 조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기관 창설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군사적 재무장과 마찬가지로 군국주의 부활,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실행되지 않았다.
이번 국가정보국 창설은 최근의 위협적인 국제 정세와 미국의 동맹 지원 태도 변경 등을 배경으로 그동안의 필요성 논의가 힘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총리 직속으로 설치된 국가정보국은 각 부처의 정보를 통합하고, 대외·대내 위협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의 CIA처럼 해외에서 활동하는 스파이 조직을 운용하는 것은 내년에 설치 예정인 가칭 '대외정보청'이 담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이 정보 강국으로서의 잠재력을 제도적으로 복원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가볍지 않다. 일본은 이미 경제·기술·외교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정보기관의 창설은 이러한 힘을 더욱 정교하게 뒷받침할 것이다. 독도 문제나 대북 정책에서 일본 정보기관이 생산한 정보가 정책에 반영되어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협력의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은 더 크다.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군사적 팽창, 러시아의 전략적 행보 등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평양 건너 멀리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러시아·북한 등 역내 위협 국가들과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양국 입장을 고려할 때 일본과의 정보 협력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보는 현대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이며, 단일 국가가 모든 위협을 완벽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한국이 일본과의 정보 협력을 제도화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는 힘을 확대할 수 있다.
결국 일본 국가정보국 출범은 동북아 질서의 변화를 상징하며, 우리에게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정보 협력은 우리가 가치 있는 정보를 가졌을 때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보 자강력을 키워야 협력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주변국과의 정보 협력 전략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