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사회는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김진형 금융부장
2026.09.28 05:10

최대 실적에도 회장 교체한 KB금융 이사회
금융지배구조 역사에 신선한 선례 남겨
막강해진 이사회, 권한만큼 책임도 져야

안철수 국회의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고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 남승우 풀무원 창업자, 김기홍 JB금융 회장의 경력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들은 모두 KB국민은행의 사외이사였다. 그것도 모두 같은 시기에 활동했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통합국민은행의 초창기 이사회였다.

이들의 이름이 말해 주듯이 당시 국민은행 이사회는 현안을 놓고 경영진 뿐만 아니라 정부와도 각을 세울 정도로 거수기가 아니었다. 이사회는 매달 2회씩 열렸고 현안이 있으면 수시로 소집됐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본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자진사퇴했을 정도였다.

지주회사로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KB금융의 이사회는 만만하지 않았다. 어윤대 회장 시절엔 ING생명 인수 안건을 부결시켜 경영진과 충돌했다. KB 사태 때는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임영록 회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버티자 이사회가 그를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KB금융 이사회가 이번에는 '사상 최대 실적, 역대급 주주환원, 확고한 리딩뱅크'라는 성과를 내 무난히 연임할 것으로 예상했던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해 금융권에 충격을 줬다.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지만 금융권의 평가는 대체로 나쁘지 않다. CEO를 지냈던 전직 금융권 인사는 KB금융 이사회의 이번 결정을 '유쾌한 서프라이즈'라고 총평했다. '유쾌한'이란 수식어를 붙인건 금융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써클'이라고 맹비난해 왔던 정부와 금융당국에 시원하게 한방 먹인 셈이기 때문일 것이다. 양 회장 임기에 선임된 사외이사가 과반이었지만 연임도 못하는 마당에 3연임을 법으로 금지하네 마네 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머쓱해졌다.

KB금융 이번 회장 선출은 분명 금융지배구조 역사에 신선한 선례로 남아 앞으로 선출 때마다 소환될 것이다. 그동안 연임하지 못한 CEO들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거나 정권 실세의 지원을 받는 인사가 이미 내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금융 CEO들은 정권이나 금융당국의 눈밖에 나는 것을 가장 우려했지만 정권이 용인한다고 해서 연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KB금융은 보여줬다. 또 역대급 실적도 CEO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메시지도 줬다.

새로운 숙제도 안겨줬다. 지금까지의 금융 CEO들은 첫 임기에 조직을 다지고 연임 시기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초임 때부터 많은 것을 증명해 내야 한다. 조급해진 CEO가 무리한 M&A 같은 성급한 경영판단을 내릴 우려도 있다. 실제로 KB금융 역사엔 CEO가 무리한 해외 M&A에 나섰다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사례가 있었다. 또 CEO가 3년 후 나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후임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에 인색해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선 역대급 성과를 낸 CEO도 '세대교체'라는 한단어로 교체할 수 있는 이사회는 무엇으로 견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금융지배구조 논의의 초점은 '제왕적 회장에 대한 견제'였다. 그래서 회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화두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사회의 권한이 강해지면 오히려 연임을 위해 이사회와 더 가까워져야 할 유인이 생긴다. 벌써부터 금융권에선 이젠 이사회에 줄서야 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 사외이사는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사들의 자신들의 결정에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까.

KB금융 이사회는 'KB금융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을 이끌 적임자'로 이재근을 선택했지만 불과 3년 전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 적임자'라며 양종희를 선택했던 판단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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