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앤트로픽도 차등의결권, 美혁신의 토대

머니투데이
2026.10.28 04:00

앤트로픽이 미국 나스닥 상장 절차에 공식 돌입하면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상장은 스페이스X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회사가 상장하면 지분이 분산돼 경영권을 위협받고 단기 실적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앤트로픽은 그런 우려를 대부분 해소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7명이 합산 50.1%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특별 주식 구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창업자 개인이 보유한 경제적 지분은 크지 않더라도 흔들림 없이 장기적 목표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차등의결권은 기술 패권 경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외부 주주의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 투자와 고위험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글(Alphabet), 메타, 팔란티어, 스페이스X 같은 대표 빅테크들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창업자의 리더십을 보장한다. 차등의결권이 단순한 자본 조달 수단이 아니라 미국 증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핵심 제도인 것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여전히 '1주 1의결권'이라는 경직된 틀에 갇혀 있다. 벤처기업에 한해 제한적인 복수의결권이 도입됐지만 투자 유치 조건이 까다롭고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효력이 상실되는 반쪽짜리 제도다. 국내 유망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제도적 차이가 자리한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 과정에서 김범석 의장에게 주당 29개의 의결권을 갖는 주식을 부여했다. IPO와 동시에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을 위협받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스타트업이 경영권 불안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유치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다. 차등의결권이 지배주주의 독단 경영이나 소액주주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이를 원천 배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부작용은 사외이사 제도, 주주대표소송, 공시 등 시장의 감시 장치를 강화해 줄여나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동등한 무기를 들고 경쟁할 수 있도록 상장 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우리 증시에도 앤트로픽과 같은 혁신기업이 잇따라 등장해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다보스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2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다보스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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