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 독자 AI, 우려보다 응원을

김소연 기자
2026.11.04 04: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참여 기업들에게 자신감이 전이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이젠 우리 모델도 쓸 만하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국가대표 AI(인공지능)를 선정하는 독파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독자 AI 개발 사업에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지만 1년여 흐른 지금 '자체 AI 기술 보유기업'이라는 자부심 등 무형의 성과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정부가 아니었다면 독자 AI 모델 개발에 먼저 뛰어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말은 독파모 프로젝트 본질을 관통한다. 국가 경쟁력이 달려있지만, 당장 미래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사업에 정부가 민간을 대신해 초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 기업들에게 수요처를 약속하고 자금과 인재,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제공하며 기술 개발을 독려한 배경이다.

독파모 출발점에는 지난해 1월 '딥시크 쇼크'가 있다.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는 AI 모델을 만든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기술강국'을 자부했던 한국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다. GPU가 부족해 미국 외에는 못한다던 AI 모델 개발을 중국이 '가성비' 기술로 해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중국에 뒤처졌다는 패배감이 교차했다.

독파모는 이 패배감을 독자 기술 확보의 의지로 바꿔보려는 국가적 도전이었다. 이통사들이 통신을 넘어 AI 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해 잡음이 불거졌고, 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 등 한계도 있었다.

독파모는 내년 초 3차 단계평가로 끝난다. 이어 프론티어 AI 모델 프로젝트를 새로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의 기술력이 아직 부족하고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프론티어 AI 모델 프로젝트에 더 힘을 준다고 해서 독자 AI 확보라는 목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자 AI 기술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AI 산업 육성은 국가적 과제다. 앞선 21대 대선에서 여야 모두 100조원대 AI 투자 공약을 내걸었을 만큼, AI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독파모의 시행착오를 따져 묻되, 성적표만으로 재단하거나 도전 자체를 폄훼해선 안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독자 기술의 토대를 쌓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보다 응원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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