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교의 결정을 존중한다. 학생들이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했다는데 의의를 둔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9시 등교제 기자간담회에서 중·고등학교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시교육청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각 학교가 교사, 학부모, 학생들 간의 대토론회를 거쳐 참여 여부를 결정했고 특히 학생 의견이 50% 이상 반영됐기 때문에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말이다.
내달부터 9시 등교를 추진하는 중학교는 383곳 중 14곳(3.7%), 고등학교는 318곳 중 1곳(0.3%)뿐이다. 특히 고등학교 중에서는 유일하게 9시 등교를 결정한 학교가 특성화고이다.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등의 참여는 전무한 셈이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반응의 이유로 학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꼽았다. 등교시간이 늦춰지면 공부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같은 생각에 동조한 학생들이 반대의견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비교적 (부모의 사고방식에서) 자유로운 초등학교에서는 '10시 등교는 안 되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을 민주적 의사 표현의 주체로 인정하겠다던 당초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실제 고교생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고교에 재학 중인 A양은 "등교가 늦춰지면 학원 등원시간도 줄줄이 밀리고 결국엔 취침 시간까지 늦어진다"며 "학원에 가지 않아도 대입 걱정 없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9시 등교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재학생 B군은 "오전 9시 등교에 적응하다가 수능 당일에 입실 시간 8시 10분을 맞추려면 애를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후속 조치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일선 고등학교들이 9시 등교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는 '학생들'의 대입부담이 크기 때문이지 학부모 인식 개선의 문제가 아니다.
"탁상행정에서 나오는 무분별한 실험주의 정책에 학생, 학부모 혼란만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교원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