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스펙'…학위는 없지만 뜨거운 '신촌대학교'

이진호 기자
2015.03.07 06:48

예능정치학과, 축제학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교육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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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에 대한 욕구는 이제 더 이상 색다른 현상이 아니다. 공교육의 빈 곳을 채우고 배워야 할 것이 아닌,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교육에 대한 열망은 계속 뜨거워져 간다.

신촌에 색다른 깃발을 꽂은 대학교가 생긴다. 이름하여 '신촌대학교'.

신촌대학교는 명확히 정리하면 사전적 의미의 대학교가 아니다. 학사학위도 나오지 않고, 전임교수나 드넓은 캠퍼스, 도서관도 따로 있지 않다. 지역 교육모임의 성격이 강한 신촌대학교는, 그러나 구성원 개개인의 면모나 커리큘럼을 볼 때 상아탑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느껴진다. 소위 명문대의 터로 인식되는 신촌에서 오는 4월 본격적으로 문을 열 신촌대학교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사랑방을 목표로 학생들을 모집 중이다.

◇민주적 절차= 신촌문화싱크탱크 '무언가'의 주도로 지난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한 신촌대학교 준비모임은 대부분의 과정이 SNS로 이루어졌다. 공지와 준비과정이 페이스북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며 구성원들도 이 곳에서 모았다.

체육학과를 다니는 현직 대학생 하재민씨(남·27)는 "현행 교육제도와 억압적인 사제관계에 대해 의문이 많았다"며 신촌대학교 준비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 달 전 페이스북을 통해 취지에 공감하고 현재 신촌대학교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사무국 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그의 말처럼 신촌대학교는 현 교육에 의문을 가지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다. 여고생, 직장인, 미술작가, 대학생 등 다채로운 사람들이 운영위원, 준비팀장 등으로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취지에 공감한 전문가들은 학과장, 강사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설립식에서 공개될 총장 후보로 꿈과 희망의 아이콘 '피터팬', 무모한 도전을 함께하자는 의미의 '돈키호테' 등 가상인물을 포함해 제도권의 잣대를 뒤집었다. 총장선출은 SNS 온라인 투표와 신촌지역의 오프라인 투표로 이뤄질 계획이다.

◇예능정치학과, 심봉사학과…'다채로운 구성'=신촌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성교육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학과 구성에 있다.

신나고 재밌는 정치를 하자는 의미의 예능정치학과, 마음(心)을 담아 봉사하는 법을 배우는 심봉사학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감독을 양성하는 축제학과 등 기존에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학과 10여개가 마련됐다.

1주일에 1차례 3시간 강의를 기본 얼개로, 수강료는 각 학과별 약 30~50만원 정도로 책정했다. 3개월의 모든 커리큘럼을 수료할 경우 10만원은 되돌려준다. 강의실은 신촌역 인근의 '무언가 카페'와 창천교회, 스터디룸 '꿈꾸는 반지하' 등에 터를 잡았고 자라섬페스티벌의 인재진 감독이 축제학과 강사로 나서는 등 전문가들이 지식을 전한다.

한길우 무언가 대표는 "취업이나 학위 수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며 "수 많은 대안 교육이 있지만 트렌드를 선도하고 규정되지 않는 모임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강의를 수강할 예정이라는 김민주 학생(여·18)은 "시키는 공부보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수강료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신촌은행'을 이용해도 좋다. 신촌대학교는 신촌은행이라는 펀드를 조성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고 10년의 상환기간 내 갚도록 할 계획이다. 한길우 대표는 이를 "후원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혹여 되갚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신촌대학교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며 "이 곳에서 배운 것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면 이를 다시 기부하는 형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발걸음=신촌대학교는 차근차근 발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다. 총장선거는 19일까지 이어지며 강의실도 가구와 칠판 등 구색을 갖춰나가는 단계.

하재민씨는 "1강의실로 마련된 무언가 카페의 경우, 차나 음료 등 수강생들과 신촌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신촌대학교는 대안교육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양은 준비과정을 되돌아보며 "다른 교육단체가 지도를 그린다면 우리는 깃발 같은 느낌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깃발을 꽂고 하나씩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신촌대학교의 교육이) 일방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창의적인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가치를 높여 신촌대학교 학생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신촌대학교는 오늘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21일 설립식에는 입학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하재민씨는 "최근에는 사람들이 스펙만을 쫓아 삶을 사는 느낌이다. 하지만 신촌대학교를 통해 '삶' 자체가 스펙이 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신촌대학교가 만들 새로운 교육흐름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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