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감사관실, 도대체 무슨 일… 진실공방 '점입가경'

최민지 기자
2015.08.20 15:43

서울시 교육위원회 임시회, 피해교사 면담 내용 녹취파일 공개 요구에 입 닫은 감사관

"답변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송재형 서울시의원, 새누리당, 교육위원회)

"지금 저한테 반말하시는 겁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사과하세요!"(김형남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지난 19일 오후 4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임시회 현장. 김형남 서울교육청 감사관이 최근의 '음주 감사' 논란에 대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이 김 감사관의 답변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자 김 감사관 역시 법적 고소를 내세우면서 응수했다. 김문수 서울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교육위원장)은 10분 정회를 선언했다.

◇"음주 감사 당일 녹취 파일 공개하라"… 감사관은 '묵묵부답'

이날 임시회는 서울의 한 공립고교에서 일어난 연쇄 성추문 사건에 대한 시교육청의 감사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이와 함께, 김 감사관이 감사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 감사관은 지난달 26일 사건의 피해 교사들과 면담을 하기 직전 음주를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이번 일이 알려진 것은 부패 세력과 결탁한 부하 직원들의 음해"라고 맞섰고, 시교육청은 감사원에 관련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날 감사관의 처신에 대한 질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개회 직후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김창수 서울시의원(새정연, 교육위원회)은 한 시간 넘게 감사관에게 질문을 던지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김 의원은 감사관의 평소 언행이 거칠었던 점을 문제 삼았다. 감사관이 피해 교원과의 면담에 참석하지 않은 모 감사팀장을 부르는 과정에서 감사관실 직원들에게 "XXX(감사팀장 이름), 어디갔어? 자리에 없지? 녹음해" 등의 폭언을 했다며 현장 상황이 녹음된 녹취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관은 "감사팀장이 면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대놓고 항명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하극상이라고 느껴서 감정적으로 화가 났다"며 "녹취파일을 공개해도 좋다"고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창수 의원과 감사관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졌다. 폭로전으로 치달은 임시회의를 진화하기 위해 김문수 의원은 정회를 결정했다.

김 의원은 면담 당시 감사관의 음주 상태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임시회에 참석한 감사팀장은 "면담 직전 감사관은 얼굴이 붉게 보일만큼 음주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며 "감사관이 6월에 취임한 후 술을 마신 후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는 등 실수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 교원과의 면담을 진행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의원은 "음주가 감사 직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당시 피해교원과 나눴다는 4시간 가량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감사관은 "감사 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창수 의원의 질의가 끝난 후에도 감사관의 음주 행태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김용석 서울시의원(새누리당, 교육위원회)은 "회식 노래방 장소를 잘못 예약했다는 이유로 부하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술 취한 채로 오후 10시 이후 팀장급 직원을 갑자기 소집하는 등 일련의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관은 이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한편 이날 임시회에 참석하지 않은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6월 감사관 환영회가 열렸는데 2차 노래방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부하 주무관이 감사관이 제시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을 예약했고, 감사관은 이를 질책하며 '일 이따위로 할 거면 사표 써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공공감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부인

의원들은 감사관이 감사 내용을 언론에 발설한 것도 문제 삼았다. 감사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고교 감사 전부터 직원들이 나에게 중대한 감사 건을 보고를 하지 않는 등 나를 따돌렸다"며 모 사립유치원이 전 서울교육감 후보에게 불법 송금한 계좌 추적 내역을 공개했다.

김용석 의원은 "감사관 지위로 얻은 정보를 폭로하는 것은 공공감사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했지만 감사관은 "해당 내용이 '업무 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 밖에도 감사관이 성추행 고교 피해 교원과 사적으로 저녁 자리를 가진 것 등이 감사관의 지위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관이 갖고 있는 부패 척결 의지와 열정에 대해서는 자리에 모인 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감사관의 의지가 지나친 나머지 조직에 대한 적응 부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기된 의혹이 '부하직원의 음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조직 적응을 위해 유연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성범죄 교원에 대한 처단이 문제지, 공직기강에 대한 문제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사태의 본말이 전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감사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감사관이 여전히 연쇄 성추문이 일어났던 학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시교육청이 이 문제를 감사원에 조사해 달라고 청구했기 때문이다.

김창수 의원은 "음주 감사 논란이 있던 날 박백범 부교육감은 해당 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조희연 서울교육감 역시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사실을 인지한 것이 확인됐다"며 "미리 교육감 등이 내부적으로 문제를 지적했다면 혼란이 덜 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은 "감사원 감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감사관이 직무에서 즉시 손을 떼야 한다"며 "현 상태에서 감사원 감사가 이뤄진다면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지휘하도록 맡겨 놓은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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