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 인구 8만명의 소도시 폰테베드라 도심엔 자가용은 물론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매일 출퇴근 차량 2만7000여대로 매연이 가득한 도시가 바뀐 것은 19년 전이다.
시 당국은 대중교통까지 모든 차량을 도심 안(도시 중심부에서 도보 10분 거리)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결단을 내렸다. 이와 함께 도시 전체 차선을 좁히고 교차로와 과속방지턱을 늘렸다. 도시 중심가의 90%, 외곽지역의 70%가 보행자 전용도로가 됐다. 도심 외곽엔 차를 두고 도심에 들어올 수 있도록 8만여대를 수용할 주차장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전주 세계슬로포럼·슬로어워드’ 국제부문에서 수상한 미구엘 로어스 폰테베드라 시장은 “소음이 사라졌고 도심 이산화탄소가 60% 가까이 줄었다”며 “도심 골목상권과 지역공동체가 살아났고 이런 변화에 자부심을 느낀 시민들이 도시 가꾸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세계 도시들이 ‘차 없는 도시’(Car Free City)를 연이어 선언하고 있다. 폰테베드라와 같은 소도시만의 일이 아니다. 친환경적 도시와 보행자 중심 도로를 만들기 위한 변화가 곳곳에서 시작됐다.
◇ 주차장 700곳 없앤 오슬로, 파리 ‘차’ 대신 ‘자전거’=최근 가장 주목받은 곳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인구 63만명)다. 도심(중앙순환도로를 중심으로 시내)으로 진입하는 모든 개인 차량을 금지하는 강력한 정책을 발표하면서다.
전기차까지 모든 차량에 대한 규제 발표로 큰 반발에 부딪혔지만 시 당국은 차없는 도심을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시 당국은 가장 먼저 주차장을 없앴다. 오슬로시에 따르면 지난해 약 300곳의 거리 주차공간이 사라졌다. 올해 여름까지 개인 차량 주차가 가능한 총 700곳의 주차장을 없앨 계획이다.
대신 최소 40마일 이상의 자전거 도로를 신설하고 보행자 거리를 넓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남은 공간은 음식점, 놀이, 문화활동 등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차가 사라진 자리를 활용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오슬로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5% 수준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도심 속 차량을 통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량 등 운송수단은 전체 배출량의 61%를 차지하고 그 중에서도 개인 승용차 배출량 비중이 40%에 해당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오슬로는 내년까지 성과가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면 속도를 더 낼 강력한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프랑스 수도 파리도 주목받고 있다. 인구 224만명이 넘는 대도시가 ‘차 없는 거리’ 정책을 2015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 중이다. 시작은 2015년이었다. 1년에 하루(오전11시~오후6시) 파리 일부 도로를 자동차 없는 날로 시범 운행한 뒤 통제구간을 매해 늘려가면서 지난해 10월엔 파리 전 지역의 자동차가 통제됐다. 또 상젤리제 거리의 경우 2016년 5월 8일 이후 매달 첫번째 일요일은 차량 운행을 통제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파리시는 이 같은 점진적 제도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자전거 도로를 두 배로 늘리고 특정 길은 전기차만 다닐 수 있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공해를 줄이기 위해 낙후된 경유 자동차의 도심 출입 통제도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했다. 2001년 이전 생산 경유차량은 주중 오전 8시부터 오후8시까지 운행할 수 없다. 위반하면 68유로(9만10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2020년에는 모든 경유 차량의 운행을 통제할 계획이다.
◇ 경유차 규제에 도심 8㎞ 속도 제한까지=벨기에 수도 브뤼셀 역시 경유차 규제를 중심으로 차 없는 도시로 변모 중이다. 올해 1월부터 저배출존(LEZ)을 브뤼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유로1 경유차 등은 브뤼셀 도심에서 운행할 수 없다. 유로 규정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로 1992년 유로1에서 출발해 현재 유로6 수준까지 강화됐다.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곳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독일 함부르크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함부르크(인구 약 176만명)는 일명 ‘그린 네트워크’를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도시 안 공원들을 도보와 자전거로만 다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80% 감축이 궁극적 목표다.
대표적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뉴욕시도 ‘공유거리’(셰어드스트리트)를 통해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5마일(약 8km)로 규제한다. 차량과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등 모두가 도로를 공유하자는 의미다. 속도 제한과 함께 아스팔트 색상을 바꾸고 교차로와 보호자전거 차선을 추가하는 등 보행자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도 추진했다.
공유거리는 지난해 9월부터 브로드웨이 7구역 플랫아이언 지역에서 전면실시됐다. 그리고 이스트미드타운 구역 일부(렉싱턴과 3번가 사이의 43번가)로 공유거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점진적으로 공유거리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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