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판윤 시절부터 '끗발'…권한대행도 '국무회의 멤버십' 발급

김지훈 기자
2020.07.25 10:04

서정협, 2019년 6월 기조실장→2020년 3월 행정1부시장 이어 권한·책임 높아져

(서울=뉴스1) =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요 간부들과 '풍수해 대비 현안검토회의'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서 권한대행은 "지난해 발생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사고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여름 장마철에 발생 가능한 각종 재난에 철저하게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 제공) 2020.7.20/뉴스1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9개월 간 전국의 모든 지자체장보다 사실상 앞선 발언권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서 권한대행을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상시 배석토록 한 것이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 이후 궐위인 서울시장직이 국무회의 배석자 지위였던 점이 감안됐다.

서 권한대행은 고인의 사망으로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시정을 맡는 권한을 갖게 됐다. 비선출직임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안을 짜는 등 광범위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단 이에 따른 최종적인 책임도 진다. 고인의 공관처럼 일부 시장 전용 시설이나 인력은 사용할 수 없다.

"국무회의 오세요" 서정협 만 초대장…지방자치법·국무회의 규정 등 검토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로 시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향후 계획을 포함한 입장 발표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25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서 권한 대행의 지위를 지방자치법·국무회의 규정 등에 근거해 이같이 판단했다.

행안부는 서 권한대행이 대참하는 형식으로 궐위인 서울시장 대신 국무회의에 상시 배석할 수 있다고 서울시에 안내했다. 국무회의 규정에 따른 배석자가 궐위인 경우 대참이 인정됐던 관례를 반영한 것이다. 서울시장 등 배석자는 국무위원과 같은 의결권은 없지만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발언할 권한이 보장 돼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금융위원회위원장 등도 배석자로 명시돼 있다.

국무회의 규정 배석 규정.

이 가운데 지자체장은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과거부터 수도의 행정 수장이 국정 현안 논의 과정에서 특별 대우를 받던 관행이 이어진 셈이다. 조선시대 한성(옛 서울) 행정을 맡은 한성판윤도 각 도에 파견된 지방관인 관찰사(종2품)들과 달리 중앙 고위직 신분(정2품)을 부여 받고 어전회의에 참석했다. 다만 타 지자체장도 본인의 의사가 있을 경우 국무회의를 찾아 발언할 기회를 얻을 수는 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서 권한대행이 인사·조직·예산 등 시장의 전반적 권한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서 권한대행은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라 부시장 취임 이후 4개월 만에 권한대행에 올랐다. 그 전 인사인 2019년 6월 인사에선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바 있다. 행안부는 고인이 9일 가회동 공관에서 나간 이후 10일 자정 무렵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서 권한대행에게 권한 범위와 제약 내용을 전달했다.

행안부가 서울시에 전달한 권한대행 업무처리 요렁 문건에는 '부단체장이 당해 단체장의 직무수행을 위해 제공된 시설, 물품, 인력 등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됐다.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민이 선출한 시장과 예우까지 같은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담겼다. 이는 시장 궐위인 부산시에 보냈던 내용과 동일하다.

올해 안 쓰고 남은 돈만 22조원…천문학적 예산 집행·편성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고인에 대한 추모곡이 연주되고 있다. 2020.07.13. 시사저널 최준필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울시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5개월 간 3차에 걸친 추경 예산을 포함해 올해 44조원 규모(공기업 특별회계 제외) 세출예산 가운데 남아 있는 22조원 가량을 집행하게 된다. 내년 예산 마련을 위한 시장단 조정회의도 서 권한대행이 주재한다.

비선출직임에도 타 지자체를 압도하는 규모의 예산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잠재적 대권후보로 간주되는 이재명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의 한해 세출예산이 1차 추경을 포함해 28조6900억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 권한대행이 필요하다면 배석하거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국무회의도 참석할 것"이라면서도 "남은 임기가 보궐선거까지 임을 감안하면 안정적으로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시정을 큰 폭으로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1) =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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