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가·감독이 여성이거나, 주인공이 여성이면 영화진흥위원회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가산점의 존재가 성평등한 영화 산업에 일조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있습니다."(30대 남성 A씨)
"취업 면접장에서 제 나이를 듣고 '결혼할 예정인지' 질문하더라고요. 남녀가 생리적으로 다르고, 결혼과 출산은 자연스런 일인데 이런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30대 여성 B씨)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의 주재로 청년들의 성별 인식 격차를 진단하기 위해 29일 서울 성동구에서 개최된 '제1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는 2030세대 23명이 참여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성 역차별이 있다면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연말까지 총 5회에 걸쳐 원 장관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A씨가 여성 가산점을 언급하자 20대 남성 C씨도 "조달시장에도 여성 가산점이 있는데 남편이 배우자 명의로 기업을 설립해 악용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여성인 기업 가산점보다는 회사 내부적으로 성평등한 조직을 만든 기업에 가점을 주는 대안은 어떨지" 제안했다. 20대 남성 D씨도 "간호사나 청소 등 남성이 차별받는 곳도 있다"며 "지금은 (차별이) 해소돼 (가산점) 존치를 고민해봐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30대 남성 E씨는 "여전히 영화계에 남성 감독이 많고, 여성이 피해자나 전리품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여성 가점제가 마련된 것"이라며 "조달시장의 경우에도 악용되는 사례를 막아야지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본인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당한 경험과 성추행·성폭력 경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성차별이 "옛날 일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30대 여성 F씨는 "네트워크 자격증을 따서 IT회사에 입사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서비스직인 데스크를 맡으라고 했다"며 "남성 동기들은 같은 시험을 보고 합격해서 입사했는데 그들은 현장을 나가면서 경험이 쌓였지만 나는 그들의 대화에 낄수도 없고 실력도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F씨는 "이는 5~6년 전 일"이라며 "여성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B씨가 면접장에서 '결혼 계획' 질문을 들었다고 말하자 원 장관은 놀라며 "아직도 그런가요"하고 질문하기도 했다.
30대 여성 G씨는 "우리는 실제로 임신기에 성별을 감별해 여아가 낙태 당한 세대"라며 "내가 장녀로 태어나자 집안 어른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대리모를 써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여성차별이 아주 옛날인것 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행정을 전공했는데, 학생 성비가 반반이었음에도 산업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 남성 선호도가 높았다"며 "(학과의) 학생회장조차 예비역 남성만 가능해 여성은 물론 군대를 가지 않은 남성도 회장을 할 수 없었다. 불과 12년 전의 일"이라고 말했다.
30대 여성 H씨는 "1인 자영업자인데 손님에게 성추행, 폭력에 직접적으로 시달린다. 집에 갈 때는 스토킹을 우려해 매일 다른 길로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생이 실제로 다른 가게에서 일하다가 알바 시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성이) 따라와서 일을 그만두고 우리 가게에 오게 됐다"며 "여성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좀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에대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여성근로와 관련한 3가지 업무를 이관 받았는데 자영업자는 고용자가 아니다보니 (지원에) 빈틈이 있다"며 "일하는 공간이 안전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적극 제안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성이 겪는 역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다만 구체적인 경험담이 나오지는 않았다.
20대 남성 I씨는 "한 친구는 취직했는데 대부분 직원이 여성인 직종이라서 출장이나 힘든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며 "누군가를 챙기는 정책이 아니라 다같이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J씨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이고 스토킹 등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남성이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SNS(소셜미디어) 등에서 서로에게 돌을 던지고 알고리즘으로 방어를 하다보니 심각해졌다. 서로 공동체 문제로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30대 남성 E씨는 "남성도 (현실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포인트가 아니다.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죽고 화장실 몰카를 걱정하고, 임금 차별을 얘기하는데 (그런 남성 역차별은) 엉뚱한 얘기 아니냐. 나도 군대를 2년 다녀왔고, 이제는 기간이 단축됐지만 선생님은 호봉이 인정되고, 군경력자를 선호하는 회사도 많다. '싸고 좋은' 게 어딨나. 무엇이 더 우선시 돼야 하는 정책인지를 묻는다면 여성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오늘은 결론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라 생각을 듣는 자리"라며 "이자리에 계신 분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와주신 선한 분들이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겠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앞으로 토크콘서트 진행 방식, 참여자 등에 대한 논의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지방 개최도 염두에 두고 있어 5회를 모두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을 수 있다"며 "토크콘서트 별로 주제를 세분화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