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의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한다. 달러·원 환율이 최근 1500원을 위협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자 국내 외환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위한 방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의 타당성과 절차 등을 분석하고 있다. 외화채로 해외투자 자금을 직접 조달하면 달러 매입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포함된 4자 협의체를 통해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한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운용 규모는 지난 8월 기준 1322조원으로, 이중 58%인 771조원이 해외투자다.
현재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올해 말로 종료되는 연간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 스와프 계약 연장을 논의 중이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매입시 필요한 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직접 공급해 시장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투자 규모가 점차 늘어나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직장인 실질 소득이 떨어지고, 30년 뒤에 연금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에게 장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 발행할 건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한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또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로 국내 2.5%보다 높다. 외화채권을 발행하면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과 이자비용만큼 투자 수익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을 발행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법은 연금사업에 필요한 기금 재원을 △연금보험료 △기금 운용 수익금 △적립금 △공단의 수입지출 결산상의 잉여금 등 4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환율의 영향을 연기금도 굉장히 많이 받는다"며 "(국민연금과 환율이) 상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춰 연금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