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제가 정부안대로 개편되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가 추가로 떠안아야 할 비용이 최대 연간 500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들의 출·퇴근 수송을 담당하는 도시철도 특성을 고려해 '전기철도용 전기요금제'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3일 서울교통공사가 정부의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제 개편안에 맞춰 전력 사용량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 전기요금이 약 25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 전력 사용을 유도하고, 피크 시간대를 분산하기 위해 요금 구조를 손질하는 한편 연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지하철은 승객이 몰리는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열차 운행과 역사 설비 가동이 집중돼 전력 소비 패턴을 '낮 시간대'로 옮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사 관계자는 "전력 수요 분산과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필요성과 제도 개편 취지는 공감한다"며 "다만 낮에는 요금을 내리고 밤에는 올리는 요금개체 개편방향은 출·퇴근형 전력수요를 가진 지하철과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도 수도권 도시철도 운영기관엔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서울은 전력자립도가 9%에 불과해(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최저 수준)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20원 인상될 경우 연간 약 258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계절·시간대 및 지역 요금이 동시에 적용되면 증가분은 연간 5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
전기요금 압박은 이미 가파르다. 2022년 이후 7차례 요금 인상으로 2025년 공사가 납부한 전기요금은 274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1735억원) 대비 58.1% 늘었다. 운수수익 대비 전기요금 비중도 2021년 15%에서 2025년 16.5%로 상승했다.
공사는 고효율 전동차·장비 도입과 에너지경영시스템(ISO 50001) 운영으로 전력 사용량을 2021년 대비 1.9%(25기가와트시(GWh)) 줄였지만, 추가 부담이 현실화하면 안전 설비 투자와 서비스 유지 여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누적 적자와 요금 동결 기조 속에서 비용 충격이 곧바로 '운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서울교통공사는 철도 운영기관이 영리 목적의 대규모 산업체와 동일한 산업용 요금제를 적용받는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교육·문화시설 등 공공 목적 시설에 별도 요금제가 있는 만큼, 대중교통 분야도 공공성과 운영 특수성을 반영해 '전기철도용 전기요금제' 같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력에너지 의존도가 99.2%에 달하는 도시철도 특성을 고려해 탄소배출 할당(2022~2024년 기준 연도)과 연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요구된다.
공사는 향후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며 요금제 신설 필요성과 정책 보완 의견을 정부에 지속 전달할 계획이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사장직무대행)은 "열악한 재정 여건에서도 안전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기요금 부담이 더 커지면 운영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공성과 특수성을 반영한 전기철도용 전기요금제 도입 등 합리적 제도 보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