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가 촉법소년 연령하향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공론화에 나선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하향을 지속 시도하는 가운데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예방책이 충분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이날 오후 원 장관 주재로 공론화 관련 긴급 내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촉법소년 연령과 관련한 논점, 공론화 방식 등이 논의됐다.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형사책임 연령인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범을 말한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촉법소년 연령하향 논의를 보고했다. 이 차관은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약 70년간 유지됐지만 제도 악용사례가 계속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대비 지난해 형사 미성년자(10~13세) 범행건수는 1만1677건에서 2만1000여건으로 약 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폭력 범행은 398건에서 739건으로 85% 늘었다.
원 장관은 그러나 "아이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을 보여줬는지 우리가 먼저 점검해봐야 한다"며 "국민 공론화를 통해서 소년재판 담당자, 보호관찰소 관계자, 여러 전문가와 함께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에서 주관해 공론화를 해보라"며 "두 달 정도 후 결론을 내기로 하고 그사이 관련부처에서 논쟁되는 점도 정리하고 국민의견도 수렴하자"고 정리했다.
원 장관은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촉법소년 연령하향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해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원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하향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 연령하향 반대입장에서는 소년범죄가 가정폭력, 보호자의 부재로 인한 사회구조적 문제인데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2022년에도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을 시도하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공식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할 뿐 아니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도 지난 1월 청소년가족정책실장 주재로 '촉법소년 연령하향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비슷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촉법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냉정해지고 있는 데다 청소년의 비행 원인이 복잡다양해졌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예를 들어 최근 무인점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청소년 절도가 늘어나고 AI(인공지능)가 보편화하면서 딥페이크(이미지·음성합성기술) 범죄 입건 피의자의 60%는 10대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촉법소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연령하향이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우려점이 있다"며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를 준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지·양윤우 기자 inj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