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없는 캡슐호텔…서울시 "자동확산 소화기 도입 개정 건의"

정세진 기자
2026.03.19 16:31

값비싼 스프링클러 대안 제시-숙박업소 보급 근거 규정 없어, 시행령 개정 요청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중구 남산동 소규모 숙박시설에서 자동확산소화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가 스프링클러가 없는 캡슐호텔 등 소규모 숙박시설에 자동확산 소화기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당 최소 수백만원이 필요한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는 소규모 숙박시설의 화재를 예방할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민간 숙박업소에 자동확산 소화기를 보급·설치를 지원할 제도적 근거 규정이 없는 게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소방청에 관련 기준 개정을 요청하는 한편 숙박업 협회 등을 통한 자율 설치 권고를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1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중구 소공동 캡슐호텔 화재 이후 이 같은 내용의 소규모 숙박시설 화재 대응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자동확산 소화기는 열을 감지하면 분말 소화약제를 자동 방출하는 천장 부착형 소화기다. 설치가 비교적 간편하고 가격도 개당 2만원대여서 소규모 시설의 보완 수단으로 거론된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운 보일러실과 변전실 등에 주로 쓰인다.

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규정한 현행 소방시설법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2018년 이전에 지은 숙박시설과 2022년 이전에 지은 6층 미만 건축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 현재도 바닥 면적이 300㎡ 이하인 시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이 스프링클러 역시 개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설치비용과 대형 수조를 갖춰야 한다.

소규모 시설일수록 비용부담을 물론이고 수조 설치 여건이 안 되는 곳도 많다. 올해 서울에 3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규모 숙박시설이 사실상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캡슐호텔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6시10분께 소공동 복합건물 3층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인력 110명과 장비 31대를 투입해 약 3시간25분 만에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사진=뉴시스

자동확산 소화기는 당장 소규모 숙박시설 화재 대응책으로 꼽히지만, 실제 보급·설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설 업체인 숙박업소에 자동확산 소화기를 지급할 수 있는 조례나 시행령 등 근거가 없어서다. 앞서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소방청에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해당하는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성능기준에 '스클링클러가 없는 숙박시설에 객실별로 자동확산소화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동확산 소화기는 가격이 저렴해 시 예산으로 충분히 지급할 수는 있다"면서도 "지급 대상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가 아닌 이상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까지 전까지 숙박업 협회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자동확산 소화기 설치를 권고하는 게 유일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소공동 캡슐호텔 화재 이후 이날까지 시내 357개 소규모 숙박시설에 대한 화재안전조사를 진행했다. 5500여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소와 호스텔, 한옥 체험업소에 대한 화재안전 컨설팅도 실시했다. 현재 소규모 숙박시설에 대한 화재안전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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