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중동발 정세 불안에 따른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1조457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번 시 추경안은 대중교통비 경감과 취약계층 생활안정,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1조4570억원 규모의 '202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이달 15일 제출한다. 이번 추경은 올해 기정예산 51조4857억원의 2.8% 규모다. 추경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올해 서울시 예산은 52조9427억원으로 늘어난다.
높은 주거비에 소득 대부분을 투입하고 교통비, 생활비 부담이 큰 서울시민의 일상을 반영해 대중교통비 등 시민이 매일 체감하는 부담을 낮추는 것이 이번 추경안의 핵심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동률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는 추경안에 대해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는 동시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전환의 토대를 쌓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 대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원칙에 따라 의회 의결 즉시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시민의 삶을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분야별로는 피해계층 밀착지원 1202억원, 고유가 대응 체질개선 4976억원, 정부 고유가 피해지원금 매칭지원 1529억원, 자치구 지원을 위한 조정교부금 3530억원이 반영됐다. 재원은 2025회계연도 결산 결과 예상되는 순세계잉여금으로 마련했다. 순세계잉여금은 세입에서 세출을 뺀 잉여금 중 이월액과 보조금 반납금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은 잉여금을 뜻한다.
피해 계층 밀착지원 중 소상공인 지원에는 811억원이 편성됐다. 위기 소상공인 금융지원 규모를 2조7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고, 서울사랑상품권 발행도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전통시장 행사 지원, 골목형상점가 육성,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과 폐업 지원, 유가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택시·화물차 유가보조금 확대도 포함했다.
중소기업 지원에는 88억원이 들어간다. 중동 지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물류비 바우처를 지원하고, 수출보험·보증료와 매출채권보험료 지원도 확대한다. 서울시는 중동 대체 시장 판로 개척을 위한 상담회와 맞춤형 수출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취약계층 생활안정에는 303억원을 편성했다. 서울형 긴급복지 지원단가를 올리고, 서울형 기초보장 지원 가구를 확대한다. 돌봄SOS, 노인맞춤돌봄, 발달장애인 낮활동 지원도 늘린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한부모 가정 등을 포함한 청년 월세 특별배정,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료 지원 확대도 담겼다.
고유가 대응 체질 개선 예산의 대부분인 4695억원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쓰인다. 기후동행카드 30일권 이용자에게 4월부터 6월까지 3만원을 돌려주는 데 1068억원, K-패스 한시 할인에 1571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시내버스 운영회사들의 재정지원에도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투입해 대중교통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교통체계 전환에도 281억원을 반영했다. 수소버스 보급 확대에 117억원, 전기버스·전기화물차 보급 확대에 164억원이 편성됐다. 내연기관 중심 교통체계를 친환경 방식으로 바꾸면서 운송업계 유류비 부담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에 맞춘 서울시 부담분 1529억원도 별도 편성됐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에서 서울의 국고보조율이 다른 지자체보다 낮게 적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시민 지원 공백을 막기 위해 시비 매칭분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자치구의 구비 부담 등을 돕기 위한 조정교부금 3530억원도 함께 반영했다.
한편 서울시는 타 광역지자체보다 적은 국비를 중앙 정부에서 지원받으면서도 민생 지원을 위한 수요는 늘고 있어 '재정 이중고'에 처했다고 추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번 추경은 서울시민 대다수가 가계 지출을 더 줄일 여력이 없는 상황임에도 비수도권 주민보다 지원을 덜 받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중심의 정부 추경 간극을 서울시가 직접 채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